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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전문가` 결정은 항상 옳은가

임현 KISTEP 선임연구위원 

입력: 2017-08-08 18:00
[2017년 08월 09일자 18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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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전문가` 결정은 항상 옳은가
임현 KISTEP 선임연구위원
최근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사 중단에 대한 찬반 논쟁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에너지 관련 전문가가 아닌 비전문가들이 의사결정을 추진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과학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슈에 대해 관련 전문가가 참여해서 의견을 내는 것은 당연하고 중요한 일로 이들의 참여가 미흡하다면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과학기술 전문가만이 이러한 복잡한 이슈에 대해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항상 그들의 결정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당면한 많은 사회적 문제들은 복잡하기 그지없으며, 과학기술 전문지식이 명확한 해답을 줄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전문지식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는데 알파와 오메가가 아니라는 것은 과학기술 분야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 사회,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이 항상 그들이 예상한 대로 진행되지 않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필립 테틀락(Philip Tetlock) 교수는 1984년에서 2003년까지 20여 년간 연구를 진행하며 284명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2만8000가지 이르는 예측을 하도록 하고 결과를 분석했다.

전문가의 예측력은 무작위 추측보다 조금 나을 정도로 평범한 사람보다 뛰어나지 않다는 게 드러났다. 전문가의 판단이 틀린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전문가의 심리적인 측면에서 고찰한 LG경제연구원의 "미래 예측을 빗나가게 하는 5가지 심리적 함정"이란 보고서가 눈여겨 볼만하다. 5가지 심리적 함정 중 자신만이 제일 잘 났고 내 사전에 오류란 없다고 믿는 '자기 과신의 함정'이 전문가에게 특히 강하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디어 전략가이자 작가인 라이언 홀리데이는 그의 저서 '에고라는 적'에서 자만심은 근시안적이고 자위적인 집착을 만들어냄으로써 전체적인 그림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도록 가로막는다고 적고 있다.

전문가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특정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할 때, 이에 필요한 모든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 및 합의를 통해서 결론을 도출하는 위원회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이러한 전문가 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가의 선정, 개방성, 충분한 토론 등의 전제조건이 확보돼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 위원회에서 이러한 전제조건이 모두 만족되는 경우는 드물다. 전문가들이 모여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기 위해서는 토론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지만, 이런 학습이 이루어진 전문가가 많지도 않으며 충분히 토론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든 의사결정을 전문가 위원회로 돌리려는 시도는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문제점을 더 유발할 수 있다. 정부는 책임소재를 전문가에게 돌려 책임을 피할 수 있겠지만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미숙한 결정이 내려질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많은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위원회에 참여해 정부 관료에게 권고를 하거나 관료를 대신해서 정책결정을 하고 있다. 올바른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또한 정부의 의사결정에서 전문가 위원회 시스템만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과제 및 사업 평가 등에서는 이해관계가 없는 담당자가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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