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진 IBK경제연구소장
![[DT광장] 지식재산이 `국력`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08/2017080302102351033001[1].jpg "[DT광장] 지식재산이 `국력`이다")
이런 의문을 제기한 하버드 대학의 역사 사상가 데이비드 랜더스(David S. Landers) 교수는 600여 년 동안 세계 각국의 흥망성쇠를 연구한 다음, '국가의 부와 빈곤(The Wealth and Poverty of Nations)'이라는 저서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반문한다.
'중국은 세계 4대 발명품인 화약, 나침반, 종이, 인쇄술을 개발했는데, 왜 산업혁명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을까?' 그리고 얻은 해답은 바로 특허제도가 영국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국은 근대적인 특허제도의 발상지다. 공업화가 뒤처져 있던 영국이 1624년 유럽 대륙의 과학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제정한 법령이 그 시초다. 독점권의 효력 및 존속 기간 등을 명시한 성문법 형태의 특허법 덕분에 수많은 유럽 과학자들이 영국으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1차 산업혁명의 시초인 방적기와 증기기관 등이 영국에서 탄생하게 되었으며, 개인의 개발 권리를 보호·장려해주는 특허제도가 영국의 산업혁명을 이끈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최근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세계 특허는 5년간 12배 이상 증가했고, 세계 특허 소송 시장규모는 연간 500조원에 달한다. 기업의 가치가 지식재산으로 이동하면서 S&P 500대 기업 가치에서 지식재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유형 자산을 초과한 지 오래다.
글로벌 무선통신기업 퀄컴(Qualcomm)은 1985년 엔지니어 7명의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현재 어떤 기술로도 대체할 수 없는 표준 특허만 6000건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이 특허를 바탕으로 CDMA 칩세트 시장의 83.1%, LTE 시장의 69.4%를 점유하고 있다. 2016년 한 해 특허 사용료 수입만 79억달러, 한화로 약 10조원 규모이며, 이 중 국내에서 지불하는 특허 사용료는 연간 약 1조 5000억 원에 이른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급변하는 이 시대,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과거 우리 기업들은 제품을 생산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특허 및 지식재산권을 등한시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 현지 특허 및 지식재산(IP) 분쟁이 증가하는 것을 보면,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기업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중소기업들은 해외 시장에서 짝퉁 상품의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해외 시장에서 지식재산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70% 이상은 중소기업이라고 한다. 이제 중소기업도 지식재산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초기부터 지식재산을 염두에 두고 핵심기술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한편, 이를 토대로 연구 개발 로드맵을 세워야 그간의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지식재산 혁명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개발해놓고도 중심에 서지 못한 중국이 될 것인가? 약점을 강점으로 바꾼 영국이 될 것인가? 우리는 이미 지식재산 혁명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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