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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콩글리시] `헬 조선` 청년들에게 희망을!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입력: 2017-08-02 18:00
[2017년 08월 03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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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콩글리시] `헬 조선` 청년들에게 희망을!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 독립운동가이자 휴머니스트 도산(島山) 안창호의 말이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도산공원 안에는 도산의 기념관과 묘소 그리고 동상이 우뚝 서 있고 산책로 곳곳에는 도산의 어록(語錄)이 비석에 새겨져 있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아침 동아일보의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생망'이라는 신조어가 기사의 제목이다. "이번 생은 망했다"를 줄인 말이다(2017. 7. 26). 매년 30만쌍이 결혼하고 있는데 임대주택 공급은 4만 채 뿐이니 요즘 청춘들은 결혼을 미루거나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건 N포세대의 한 단면일 뿐이다. 한 때는 삼포세대라고 했다. 젊은이들이 결혼, 출산, 내집마련을 포기했다는 뜻이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취업난 그리고 집값과 생활비가 큰 부담이 돼서 아예 결혼하지 않는다. 이어서 한동안 사포세대가 유행이었다. 결혼, 출산, 집 외에 꿈조차 포기했다는 자조(自嘲)가 깔려 있었다. 그 다음이 오포세대였다. 직업도 포기했다고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인간관계와 연애도 포기했다고 하여 육포세대, 칠포세대란 말이 등장하더니 마침내 모든 것을 포기한 N포세대가 나타났다. 아무리 '노오력'해도 기회를 얻을 수 없다면 젊은이들은 낙망할 것이고,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돼 국가적 위기를 조성하게 된다.

헬조선(Hell Joseon)은 이런 사회현상을 한마디로 함축하고 있다. 지옥(hell)과 조선(朝鮮)을 합성한 콩글리시가 헬조선인데, '지옥과 같은 대한민국'(the country as a hell-like place)을 가리킨다. 요즘 뉴스를 보면 젊은이들의 이런 인식을 탓할 수 없을 만큼 사회가 미쳐 돌아가고 있다. '미스터 피자'의 갑질에 대한 사회적 원성이 가라앉기도 전에 무슨 '두마리 치킨'이 성추행으로 잡혀가고, '종소리'로 유명한 어느 제약회사 회장님은 폭언을 입에 달고 다니다 망신당했다. 위안부 할머니의 장례식장을 찾아간 여당 국회의원 두 분은 엄숙한 빈소에서 환한 미소에 엄지척 인증샷을 찍어 개인 블로그에 올리지를 않나, 국민의당 이모 여성의원은 학교식당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조리사들을 '밥하는 아줌마', '미친년들'로 비하해 흙수저(dirt spoon)들의 공분을 샀다. 이 여성의원은 또다시 알바비(費)를 떼여도 주인을 고발하지 않는 것이 '공동체의식'이 아니냐고 말해 우리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한 때 국회의원을 '10만 선량(選良)'이라고 불렀는데, 이쯤되면 선량은커녕 불량(不良)들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이뿐이던가. 지난해 교육부의 고위 관리가 국민들은 개 돼지와 같아서 밥만 잘 먹게 해주면 된다(A senior official of the education ministry, last year, compared people to 'dogs and pigs' for which the government's only job is feeding them.)고 폭언을 해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올해는 어느 도의원이 나서서 국민을 쮜떼에 비유해 공직자들의 정신상태를 의심케했다. 국민들이 레밍 쥐떼 같다(People are like lemmings. - The Korea Times, 2017. 7. 22). 덕분에 요즘 우리 국민들은 '짐승' 공부에 바쁘다. 참고로 이 영자신문의 사설 제목은 '쥐새끼 같은 공복들('ratty' public servants)'이다.

이 땅의 젊은이들을 절망에 빠지게 만드는 일은 이 밖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도처에 널려 있다. 열정페이, 무급인턴, 88만원 세대, 전관예우, 흙수저, 갑질…. 기회균등과 공정경쟁이 사라진 사회가 헬조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Hell Joseon is a satirical South Korean term that criticizes the current socioeconomic state of Korea(헬조선은 한국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비판하는 풍자적 용어다). 헬조선은 직업난이 가중되고 사회 계층이동의 기회가 박탈된 암울한 한국사회를 비판하는 별칭(nickname)으로 쓰이고 있다.

그런대 하필이면 왜 헬한국이나 헬대한민국이 아니고 헬조선인가? 조선시대의 피폐했던 민중의 삶을 염두에 두고 지어낸 용어다. 당시 세금과 노역에 시달리던 백성들은 가뭄과 흉년, 전쟁 그리고 탐관오리들의 노략질에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하고 있었다. 지금의 우리사회가 마치 조선시대로 시계를 되돌린 듯 민초(民草)들의 삶은 옛날과 똑같이 팍팍하다는 뜻에서 헬조선이 됐다.

"우리 청년은 태산 같은 큰 일을 준비합시다. 낙심 말고 겁내지 말고 용감하고 담대하게 나아갑시다." 도산의 말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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