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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기업, `US여자오픈`서 배워라

박영렬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입력: 2017-07-30 18:00
[2017년 07월 31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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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기업, `US여자오픈`서 배워라
박영렬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지난 7월 17일 오전(한국시간)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박성현 선수가 2017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IMF 외환위기로 우리나라가 큰 어려움이 빠져 있을 때, 박세리 선수의 1998년 이 대회 우승만큼 감격적이지 않았지만 우리에게는 많은 의미를 던져 주고 있다.

1998년부터 지난 20년간 LPGA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1998), 김주연(2005), 박인비(2008), 지은희(2009), 유소연(2011), 최나연(2012), 박인비(2013), 전인지(2015) 그리고 박성현(2017) 모두 9명의 한국 선수들이 우승했다. 특히 이번 박성현 선수의 우승은 한국 여자프로골프 선수의 1세대인 박세리, 2세대인 박인비, 그리고 새로운 3세대 박성현으로 연결되는 한국 여자 프로골프의 무서운 저력을 보여줘서 든든했다. 더욱이 아마추어로 참가한 18세 최혜진 선수의 이번 대회 준우승은 박성현 선수 이후 한국 여자 프로골프 4세대의 탄탄한 준비가 되고 있음에 더욱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최근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을 이토록 자랑스럽게 빛낸 업적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런데 우리는 이번 박성현 선수의 US여자오픈 우승이 또 한번의 LPGA 우승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이번 US여자오픈에서 10위까지 순위를 보면 한국 선수가 8명, 그리고 나머지 2명은 공동 5위를 차지한 중국 펑산산 선수와 스페인 카를로타 시간다 선수가 있다. US여자오픈이라고 하지만 10위까지 순위에 든 선수 명단을 보면 KLPGA 경기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이와 같은 경기 결과는 계속 개최되고 있는 LPGA 경기들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이번 경기를 줄곧 지켜보고 최종 라운드까지 나와 우승한 박성현 선수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많은 한국 선수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한-미 FTA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LPGA도 한-미 간의 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의 LPGA에서의 우승은 한국 선수와 외국, 특히 미국 캐디와 협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박성현 선수도 우승 소감을 이야기하면서 '자신 있게 치라'고 했다는 캐디를 말을 소개하면서 계속 캐디의 도움에 대한 감사함을 피력했다. 해외에서 어린 한국 선수가 경기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강력한 후원자 역할을 부모가 우선적으로 해 줬지만 현지에 적응하고 자신감 있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었던 것은 캐디들이었다. 또한 매 홀 환호와 박수로 그리고 뜨거운 마음으로 응원을 해 준 우리 갤러리들도 한국 선수의 우승에 중요한 몫을 했다.

박성현 선수의 우승은 한국 여자 프로골프의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선수들간의 치열한 경쟁, 그리고 이 경쟁을 뛰어넘는 보이지 않는 상대 경쟁 선수에 대한 우리 선수들의 협공도 한 몫을 한 것 같다. 펑산산 선수라는 중국 항공모함을 둘러싸고 있는 한국 선수들로 구성된 전투함 8대가 수시로 경기에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순간 순간 치고 빠지는 줄기찬 공격을 했기 때문에 마지막에 펑산산 선수가 무너지고 박성현 선수가 역전승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아마추어 최혜진 선수의 흔들리지 않는 뚝심이 프로 펑산산 선수의 듬직한 마음을 계속 흔들었을 것 같다.

특히 이번 US여자오픈에서는 우리 선수들의 경기 장면이 방송매체를 통해 많이 방영됐다. 우리 선수들의 유니폼과 모자에 쓰여진 상호 및 브랜드를 통해 우리 기업과 은행들이 해외에 홍보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생겼고, 또한 우리 한글이 세계에 알려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 선수들의 LPGA 경기 성적만큼 한국 골프 산업이 글로벌 성장을 이뤄내지 못해 아쉬웠다. 박성현 선수의 유니폼에 빈폴 브랜드, 그리고 최혜진 선수의 유니폼에 엘로드 브랜드가 전부였던 것 같다.

볼빅의 컬러 볼이 최근 우리 선수들의 LPGA 진출과 함께 세계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지만 미국 골프 산업의 규모와 비교해 볼 때 한국 골프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은 것 같다. 한국 선수들이 LPGA에서 받는 우승 상금보다 해외 골프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우리 소비 규모가 휠씬 더 클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한류를 드라마, 음악, 게임 등에 초점을 맞춰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 시장 중심으로 확산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이제는 한국 여자 골프를 통한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 시장으로 한류를 더욱 확대할 필요도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을 다시한번 일으켜 세우는데 국민 정서적인 역할을 했던 1998 US여자오픈 만큼 2017 US여자오픈은 우리에게 힘을 주고 있지 않지만 저성장 불확실성 시대를 맞이한 한국 기업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 중 우리 사회의 공감과 글로벌 성장을 통해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이 분야에서 우리 구성원은 물론 파트너와 후원자 모두가 열정을 가지고 최고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집중 몰입하고 더 나아가 지속적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 것이 바로 한국 여자골프였고, 이것이 바로 한국 기업이 처해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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