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에 대한 거부감 경계 …기술혁신 나설때
![[이덕환의 과학세상] (611) 원자력과 신재생](http://contents.dt.co.kr/images/201707/2017072602101176650001[1].jpg "[이덕환의 과학세상] (611) 원자력과 신재생")
원전·석탄화력의 퇴출과 LNG·신재생의 확대가 대세라고 한다. 그런데 정반대의 선택도 있다. 일본·대만은 세워놓았던 원전을 재가동했고, 미국·영국도 중단했던 신규 원전 건설을 다시 시작한다. 안전과 환경이 중요한 것은 사실지만, 신재생의 불확실한 경제성·친환경성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경계해야 한다. 무작정 남을 따라 장에 갈 수는 없다. 충분하고 안정적인 기저전력 생산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돼야 한다.
완벽하게 안전하고 깨끗하면서 값도 싼 기술은 꿈속에서나 가능한 환상일 뿐이다. 덜 깨끗하고, 덜 안전한 기술이라도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오염을 줄이고,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추가 부담은 감수해야 한다. 자동차와 비행기가 그렇고, 전력 생산도 그렇다.
신재생이 매력적일 수 있다. 그러나 기상 조건에 따라 가동 여부가 결정되는 신재생이 안정적인 기저발전 수단이 될 수는 없다. 야간과 흐린 날에 태양광은 무용지물이고, 적절한 세기의 바람이 불지 않으면 풍력은 쓸모가 없어진다. 바이오매스(폐기물)는 진정한 신재생이라고 보기 어렵다. 신재생에 꼭 필요한 전력저장장치(ESS) 기술은 앞으로도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 신재생의 친환경성이 보장된 것도 아니다. 중위도 지역의 인구 밀집 국가인 우리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서울의 6배가 넘는 국토를 발전용으로 쓸 수는 없다. LNG가 깨끗하다는 주장도 지나친 과장이다. 미세먼지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LNG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도 심각한 오염 물질이다. 온실가스 규제가 강화되면 LNG의 매력이 통째로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가격과 수급 안정성도 걱정해야 한다.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면 LNG 확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반대로 석탄 발전에도 포기하기 어려운 매력이 있다. 석탄은 가장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보편적 산업용 연료다. 그래서 아직까지 석탄 발전을 포기한 나라는 없다. 아직도 전 인류가 20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석탄이 전 세계적으로 고르게 매장되어 있는 것도 매력이다. 수급 불안정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우리가 탈석탄의 선봉에 서야 할 이유는 없다.
석탄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기술도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다. 투자 의지만 확실하면 당장이라도 활용이 가능하다. 석탄 야적장만 밀폐형으로 개조해도 날림먼지에 의한 대기 오염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다. 품질이 좋은 유연탄이나 코크스를 선별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신재생처럼 불확실한 미래 기술을 기다려야 할 필요가 없다.
원전에 대한 맹목적인 거부감도 경계해야 한다. 원전은 온실기체 배출이 가장 적고, 가장 확실한 기저전원이다. 위험하다고 무작정 피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오히려 더욱 적극적인 기술혁신을 위한 도전적 자세가 필요하다. 실제로 원전 기술은 지금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연료 효율이 100배 이상 높고, 폐기물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4세대 원전도 개발되고 있다. 우리가 이미 개발해놓은 한국형 표준원전과 스마트원자로도 포기할 이유가 없다. 보장되지도 않은 남의 나라의 미래 기술을 핑계로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 원전 기술을 무작정 내다 버리겠다는 정책은 무모한 것이다.
분산형 발전에 대한 환상도 버려야 한다. 분산형 발전은 생산(발전)과 소비를 분리할 수 있다는 전기의 핵심 가치를 포기하는 것이다.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 근처에서는 발전소용 부지를 찾기도 어렵고, 오염과 사고도 감당하기 어렵다. 전기요금을 5년 동안 억지로 묶어둘 수는 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요금억제에 의한 설비투자 감소의 부담은 고스란히 다음 정부와 국민에게 넘어갈 것이다. 2011년 순환정전의 아픈 기억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에너지 정책에 국민 참여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의 의견도 국민의 감성만큼이나 중요하다. 아무리 대선 공약이라도 법과 제도는 지켜야 한다. 4대강도 대선 공약이었다. 절차적 정당성은 사드 배치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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