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이 내세웠던 신성장동력
인도·중국 등에 수출 추진 불구
2년넘게 계획 줄줄이 무산·연기
"기술은 이미 검증… 시간 걸려"
인도·중국 등에 수출 추진 불구
2년넘게 계획 줄줄이 무산·연기
"기술은 이미 검증… 시간 걸려"
[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내세웠던 파이넥스 기술 수출이 2년이 넘도록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수출 계획이 줄줄이 무산되거나 연기될 위기에 몰려 있다.
2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가 카자흐스탄 ERG와 벌이고 있는 파이넥스 기술 수출 협상이 별다른 진척 없이 답보상태에 빠졌다.
현지에서는 양측의 협상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계약 체결이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정부 산하기관 고위 관계자는 "ERG가 파이넥스 공법을 적용한 제철소 건설보다 철강재 수입을 원하고 있다"며 "양측의 입장 차가 커 파이넥스 기술 수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파이넥스는 값싼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저가 석탄을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공법으로 권오준 회장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포스코만의 독자기술이다.
권 회장은 취임 1년째 되던 2015년 고유기술 판매를 목표로 제시한 데 이어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술 판매 및 엔지니어링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파이넥스 공법 수출을 위해 내부적으로는 판로 개척의 틀을 다지는 한편 대외적인 홍보에도 적극 나섰다.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인도, 중국, 이란 등에 파이넥스 기술 수출을 추진해 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2년 반이 지나도록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는 인도 동부 오디샤주에 파이넥스 공법의 제철소 건설을 추진했으나 지난 3월 현지 주민들의 반대로 부지 일부를 반환하기로 하면서 관련 사업이 무산할 위기에 처했다.
이란 철강업체 PKP와 지난해 2월 현지에 파이넥스 제철소를 짓기로 합의각서(MOA)를 체결한 것 역시 자금 조달 문제에 가로막혀 착공이 미뤄지고 있다. 파이넥스 제철소를 도입하기로 했던 중국 충칭강철도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곳곳에서 기술 수출 계획이 표류하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파이넥스 공법은 국내 기업이 해외에 수출하는 고유기술이라는 점에서 철강업계에서 가지는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수출이 초기 단계라서 성과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파이넥스 공법은 기술 검증은 이미 이뤄졌지만, 기존 고로(용광로) 생산을 대체하는 방식이라 해외 업체들 입장에서는 도입 여부를 검토하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긴 호흡을 갖고 고유기술 수출 여부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galile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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