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시론] 너무 느린 문재인 정부 `경제 시계`](http://contents.dt.co.kr/images/201707/2017072402102351607001[1].jpg "[시론] 너무 느린 문재인 정부 `경제 시계`")
사실 경제의 혁신이란 시간을 단축하는 경쟁이기도 하다. 이미 한 세기 전에 미국의 시어스 백화점은 자사제품의 카달로그를 배포하고 우편주문을 가능하게 하고 기차를 이용한 배송으로 당시의 소비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던 편의성과 속도로 쇼핑이 가능하게 만드는 혁신으로 유통업계의 최강자로 부상했다. 그 이후 우체국의 혁신으로 원격지 비대면 쇼핑이 일주 이내로 단축되고 아마존은 당일을 넘어 드론을 이용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배송이 가능한 실시간 배송 시스템을 구축해 가고 있다.
한 때 세계의 전자산업을 주름잡았던 소니의 성공비결은 제품의 개발시간을 단축해서 경쟁회사들에 비해 앞서 출시함으로써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것이 비결이었다. 그러한 현상을 설명한 '시간과의 경쟁'과 '시간 기반 경쟁'이라는 책은 지금도 경영의 필독서다.
앨빈 토플러의 예언대로 정보통신 기술은 경제의 흐름을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가속화하고 있고 우리 기업들 또한 시간을 압축하는 경쟁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인도 첸나이 공장의 운영 현황은 양재동 본사에서 실시간을 관찰되고 문제가 발생하면 본사의 숙련된 엔지니어의 해결책이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공급망의 경쟁속도도 경쟁자들을 압도한다. 전세계 가치사슬이 동기화돼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발표한 신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앨빈 토플러가 우려한 시간의 비동조화 현상의 우려를 그대로 담고 있다. 집권 2년을 적폐청산의 소위 개혁으로 보내겠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집권 후 2년이 지나서 중요한 국정과제를 시작할 정치적 자산이 남아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과연 우리나라가 지금 과거에 얽매여 2년을 보내는 단계적 추진전략을 추진할 만큼 한가한 나라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제조업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이 턱 밑에서 다가와서 칼을 겨누거나 이미 찌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구조적 문제들이 1~2년 안에 해결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적폐도 구조적 문제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느려도 너무 느린 한가한 경제 시계의 사례는 기재부의 공유경제 활성화 계획에서 자명해진다. 2018년에 공유경제 종합계획을 수립하겠다고 한다. 공유경제의 대표적 기업인 우버, 에어비엔비 등이 창업된 것이 2008년이다. 다른 나라보다 10년이 지나서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디지털 경제에서 10년이면 남들은 강산은 이미 열 번도 더 변했다.
금융위와 공정위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을 보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20년 이상 멈춰선 우리의 경제 시계를 보게된다. 전세계는 기술진보의 혁명적 흐름으로 인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지배구조의 안정화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구글이고 페이스북이고, 워린버펫의 버크셔 해서웨이도 차등 의결권 등으로 경영자의 절대적 지배권을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변혁에 대처하고 있다. 그런데 문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안은 모두 경영권의 제약만을 내세우고 있다. 주주들이 경영진을 감사해야 한다는 지배구조의 기본 틀도 바뀐지 오래된 구시대적 발상이다. 소액투자자들 대부분은 기업의 장기적 경영에 관심 없는 단기 투자자들이고 적대적 합병을 노리는 주주와 우리기업들을 많이 위협했던 벌처 캐피탈들이 주주로 휘젓고 다니는 세상으로 장기적 관점의 경영안정성이 중요한 패러다임은 흔적도 없이 70년대의 기업관에 갇혀있다.
전세계의 대기업은 자금이 없어서 경영을 못하고 있지 않다. 자금은 넘치는데 사업기회가 없을 뿐이다. 그리고 생태계 경쟁을 위해 제조나 유통업체들이 협력업체에 금융을 지원하는 공급망 금융이라는 핀테크가 활성화되고 있다. 그런데 경제개발시대 자금이 귀하던 시절의 관점에서 은산분리 타령을 하고 있다.
느려도 너무 느린 한심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시계는 4차산업혁명이 아니라 2차산업혁명시대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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