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출장벽 사라져 요금경쟁 촉발
이통업계 "시장 이미 포화상태
수익내기 어려워 현실성 없다"
외자 유입 '공공재' 위협 우려도
월 2만원대 보편요금제 도입땐
"버티기 힘든 상황 온다" 반발
이통업계 "시장 이미 포화상태
수익내기 어려워 현실성 없다"
외자 유입 '공공재' 위협 우려도
월 2만원대 보편요금제 도입땐
"버티기 힘든 상황 온다" 반발
정부가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허가제를 등록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만약 정부 허가 없이 사업자 등록만 하면 누구나 기간통신 사업자가 될 수 있는 등록제로 규제가 완화된다면 법적으로 기간통신 사업 진입 장벽이 사라져 완전 경쟁 시대가 오게 된다. 새로운 기간통신 사업자 등장이 쉬워짐에 따라 경쟁에 따라 요금이 내려갈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지만, 외국 자본의 국내 기간통신 시장 유입으로 기간통신 사업의 '공공재'적 성격은 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또 내년 도입키로 한 이동통신 보편요금제가 월 2만원대에 음성 200분~210분, 데이터 1.0~1.3GB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며, 고가와 저가 요금제 간 과도한 차이를 해소하는 안을 공개했다.
정부의 이같은 방안 검토에 통신 업계는 국내 이동통신 등 기간통신 시장은 이미 시장 포화 상태로, 경쟁 심화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고, 정부의 요금인하 등 규제 심화로 갈수록 사업 환경이 나빠지고 있어 "현실성이 없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동통신의 경우 한해 수 조원의 네트워크 설비 투자가 필요한데, 지금도 경쟁이 치열해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자가 등록제로 변경됐다고 해서 금방 등장하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2만원대 보편요금제 도입은 기존 상위 요금제까지 모두 낮출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 것이고, 일부 사업자는 시장에서 버티기 힘든 상황까지 갈 수 있다고 반발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21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진입규제 개선 및 보편요금제 관련 정책토론회'를 주최하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마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초안 2건을 공개했다.
초안1은 기간통신사업의 허가제를 등록제로 완화하되, 기간통신과 별정통신(알뜰폰 등 통신설비를 갖추지 않은 사업자) 사업의 구분은 유지하는 것이다. 이 경우 기간-별정-부가통신을 구분하는 기존 통신규제의 큰 틀은 현행과 마찬가지다. 지금은 기간통신은 허가제, 별정통신은 등록제, 부가통신은 신고제로 돼 있다.
초안2는 기간·별정사업을 '기간통신사업'으로 통합하고, 모두 등록제로 전환한다는 게 골자다. 초안2는 기간·별정 사업자 구분을 없애는 것이기 때문에 현행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 50% 제한, 공익성 심사, 허가 결격 사유, 기업 간 인수·합병(M&A) 인가 등 여러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래부 관계자는 "현재 기간통신사업자는 외국인 지분 50% 초과 제한과 최대주주 심사, M&A와 허가 결격사유 인가, 사업 휴·폐지 승인 등의 규제를 받고 있지만, 등록제 전환은 규제 완화와 함께 신규 사업자 시장진입을 이끌 것"이라며 "다만 주파수를 할당받고 사업할 수 있는 사업자라도 비용을 많이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4 이통사뿐 아니라 새 사업자의 시장 진입 과정에서 M&A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시장논리에 맡겨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가마다 기간통신 사업자는 엄격하게 외국인 지분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국내 외교안보 상황과 보안성 등을 고려하면 기간통신사에 대한 외국인 경영권 소유 허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통신업계는 이같은 정부 안에 대해 시장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기간통신사업을 하려면 대규모 네트워크 투자를 동반해야 하지만, 그럴만한 여력을 가진 사업자가 많지 않다고 봤다. 또 정부가 선택약정할인을 25%까지 상향 조정하고, 보편요금제 등의 도입으로 사업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상황에선 새 이통 사업자가 등장해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없을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들도 이미 포화 시장에서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5세대(G) 이동통신 등 성장 사업을 찾기 위해 안간힘인데, 새 사업자가 네트워크를 새로 구축하고 따라온다는 건 수조원의 투자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정부가 요금인하로 사업자 투자여력을 떨어뜨려 놓고 사업자 간 경쟁을 유발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이동통신만 해도 가입자는 이미 국내 전체 인구수 보다 많고, 각 사업자들은 100명, 200명의 가입자 유치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데, 이런 시장에서 새 사업자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국장은 "정부가 제4이통 유치에 의지가 있다면 사업자가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정책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가 제4이통 실패를 진입규제로 돌리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의 내년 월 2만원대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해서도 이통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정부가 요금 기준을 정하면 사업자의 요금제 전체가 바뀌게 된다"며 "정부가 하위 구간을 손대면 전체 요금제를 건드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김충성 KT CR기획실 상무은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이통사는 수익이 급감하고, 투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되고, 후발주자도 이를 감당하기 쉽지 않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규태 LG유플러스 상무는 "3위 사업자 입장에서는 경쟁력을 상실할 정도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래부는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올해 말까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미래부는 이날 통신업계 요금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이동통신의 SK텔레콤과 시내전화의 KT 등 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을 책정할 때 적용되던 '요금 인가제'를 폐지하고 등록제로 전환키로 했다.
나원재·김지영기자 nwj@dt.co.kr
정부는 또 내년 도입키로 한 이동통신 보편요금제가 월 2만원대에 음성 200분~210분, 데이터 1.0~1.3GB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며, 고가와 저가 요금제 간 과도한 차이를 해소하는 안을 공개했다.
정부의 이같은 방안 검토에 통신 업계는 국내 이동통신 등 기간통신 시장은 이미 시장 포화 상태로, 경쟁 심화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고, 정부의 요금인하 등 규제 심화로 갈수록 사업 환경이 나빠지고 있어 "현실성이 없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동통신의 경우 한해 수 조원의 네트워크 설비 투자가 필요한데, 지금도 경쟁이 치열해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자가 등록제로 변경됐다고 해서 금방 등장하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2만원대 보편요금제 도입은 기존 상위 요금제까지 모두 낮출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 것이고, 일부 사업자는 시장에서 버티기 힘든 상황까지 갈 수 있다고 반발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21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진입규제 개선 및 보편요금제 관련 정책토론회'를 주최하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마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초안 2건을 공개했다.
초안1은 기간통신사업의 허가제를 등록제로 완화하되, 기간통신과 별정통신(알뜰폰 등 통신설비를 갖추지 않은 사업자) 사업의 구분은 유지하는 것이다. 이 경우 기간-별정-부가통신을 구분하는 기존 통신규제의 큰 틀은 현행과 마찬가지다. 지금은 기간통신은 허가제, 별정통신은 등록제, 부가통신은 신고제로 돼 있다.
초안2는 기간·별정사업을 '기간통신사업'으로 통합하고, 모두 등록제로 전환한다는 게 골자다. 초안2는 기간·별정 사업자 구분을 없애는 것이기 때문에 현행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 50% 제한, 공익성 심사, 허가 결격 사유, 기업 간 인수·합병(M&A) 인가 등 여러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래부 관계자는 "현재 기간통신사업자는 외국인 지분 50% 초과 제한과 최대주주 심사, M&A와 허가 결격사유 인가, 사업 휴·폐지 승인 등의 규제를 받고 있지만, 등록제 전환은 규제 완화와 함께 신규 사업자 시장진입을 이끌 것"이라며 "다만 주파수를 할당받고 사업할 수 있는 사업자라도 비용을 많이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4 이통사뿐 아니라 새 사업자의 시장 진입 과정에서 M&A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시장논리에 맡겨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가마다 기간통신 사업자는 엄격하게 외국인 지분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국내 외교안보 상황과 보안성 등을 고려하면 기간통신사에 대한 외국인 경영권 소유 허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통신업계는 이같은 정부 안에 대해 시장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기간통신사업을 하려면 대규모 네트워크 투자를 동반해야 하지만, 그럴만한 여력을 가진 사업자가 많지 않다고 봤다. 또 정부가 선택약정할인을 25%까지 상향 조정하고, 보편요금제 등의 도입으로 사업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상황에선 새 이통 사업자가 등장해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없을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들도 이미 포화 시장에서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5세대(G) 이동통신 등 성장 사업을 찾기 위해 안간힘인데, 새 사업자가 네트워크를 새로 구축하고 따라온다는 건 수조원의 투자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정부가 요금인하로 사업자 투자여력을 떨어뜨려 놓고 사업자 간 경쟁을 유발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이동통신만 해도 가입자는 이미 국내 전체 인구수 보다 많고, 각 사업자들은 100명, 200명의 가입자 유치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데, 이런 시장에서 새 사업자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국장은 "정부가 제4이통 유치에 의지가 있다면 사업자가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정책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가 제4이통 실패를 진입규제로 돌리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의 내년 월 2만원대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해서도 이통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정부가 요금 기준을 정하면 사업자의 요금제 전체가 바뀌게 된다"며 "정부가 하위 구간을 손대면 전체 요금제를 건드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김충성 KT CR기획실 상무은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이통사는 수익이 급감하고, 투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되고, 후발주자도 이를 감당하기 쉽지 않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규태 LG유플러스 상무는 "3위 사업자 입장에서는 경쟁력을 상실할 정도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래부는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올해 말까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미래부는 이날 통신업계 요금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이동통신의 SK텔레콤과 시내전화의 KT 등 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을 책정할 때 적용되던 '요금 인가제'를 폐지하고 등록제로 전환키로 했다.
나원재·김지영기자 nw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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