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포럼] 공동주택 흡연 분쟁 줄이려면](http://contents.dt.co.kr/images/201707/2017072002102251036001[1].jpg "[포럼] 공동주택 흡연 분쟁 줄이려면")
올봄은 미세먼지가 유독 기승을 부렸다. 뿌옇게 색칠된 풍경과 어두운 하늘은 답답함을 넘어 위기였다.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무심한 미세먼지는 좀처럼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다.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주는 앱은 매번 빨간 악마 얼굴을 보여줬으며 봄나들이라는 말은 올봄에 어울리는 말이 아니었다. 마스크와 공기청정 기능이 있는 가전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런 환경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창문을 굳게 닫고 집안에 대피해 있는 것뿐. 그래도 집에 있으면 저 무시무시한 미세먼지로부터 우리 건강을 조금이나마 보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 있으라고 아이들을 다독이며 아이들 건강을 조금이라도 지키고자 했다. 집은 나와 내 아이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였다.
그런데 집에까지 담배 연기가 스며든다면 어떨까. 게다가 집안에 어린아이와 임산부가 있다면. 바꿔서 생각해보자. 하루종일 회사업무에 시달리다가 간신히 퇴근했지만 내일 처리해야 할 업무 생각에 머리가 복잡하다. 집에 와서 편한 옷을 갈아입었지만 사실 집도 그렇게 안식을 주지 못한다.
담배 한 개비가 절실하다. 밖에 나가기는 귀찮고 아내 눈치도 보인다. 그렇다고 가족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는 생각에 베란다로 나선다.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문다. 한숨 섞인 담배연기를 천천히 뿜어내는 와중에 윗집에서 비명 섞인 욕설이 들린다. 겨우 한 개비 피웠을 뿐인데. 이 사례는 한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거주형태의 60%가 공동주택이며 공공주택 중 위와 같은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아파트는 84%에 이른다. 따라서 위와 같은 분쟁은 다수의 국민 삶과 매우 밀접하다. 당장 우리 이웃이 고통받을 수도 있고 나와 내 가족이 고통받을 수 있는 일이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공동주택 내 아파트, 복도, 주차장 등은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지만 베란다 등 집 내부는 금연 등을 규정할 방법이 없다. 2015년 9월부터 지어진 공동주택은 베란다 등에 실내 연기 흡입 방지를 위한 배기장치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에 지어진 대다수 공동주택은 이 법의 규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국민신문고 등에 접수된 공동주택 내 간접흡연 피해 민원이 2011년 158건에서 2015년 348건으로 4년 새 2배 넘게 증가했으며 분쟁도 늘고 있다. 더 악화하기 전에 이를 제어할 장치를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공동주택관리법에 이러한 분쟁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우선 공동주택 입주자 등에게 간접흡연 피해방지 의무를 부여했다. 또 피해 발생 시 관리 주체의 간접흡연 중단 및 금연 조치 요구 권한을 부여해 중재하도록 했다. 만약 이마저도 안 될 경우 공동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법률안은 지난 5일 국회에 발의됐다. 상임위 상정 및 심사, 법사위 심사 등을 거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지만 이러한 간접흡연 피해 민원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 국회에서 조속한 처리가 이뤄지길 바란다. 이를 통해 간접흡연으로 인한 이웃 간의 분쟁이 완화되길 기대한다. 서로 얼굴을 붉히기보단 중재를 통한 해결이 이뤄지길 바란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 간의 배려다. 공동주택 거주율이 60%에 달한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담배가 답답한 마음에 위안을 준다는 것은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 담뱃값까지 올라 흡연자들 마음이 더 타들어 갈 것이다. 또 마음 놓고 흡연할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내 집에서 내 맘대로 담배도 못 피우느냐는 항변이 나올 만하다. 하지만 내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베란다, 혹은 복도 등에 나와 흡연하는 마음을 조금 더 발전시켜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장소에서 흡연하는 배려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모든 이웃의 집이 모두의 건강을 지키는 보루로서 기능을 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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