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기협, 1159개 기업 대상 설문
58% '채용 줄이고 인력 유지'
'세제지원과 관계 없다' 8% 불과
세액공제 축소 신중 접근 필요
58% '채용 줄이고 인력 유지'
'세제지원과 관계 없다' 8% 불과
세액공제 축소 신중 접근 필요
12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1159개 기업을 대상으로 R&D 조세지원제도 개편에 따른 기업 R&D의 영향을 조사한 결과, 85.7%가 R&D 조세지원이 축소될 경우 R&D 투자와 연구원 신규 채용을 줄일 방침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R&D 세제지원이 축소될 경우 먼저 신규채용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응답 기업의 57.5%는 신규채용은 축소하고 기존인력만 유지하겠다고 답했으며, 28.2%는 신규채용을 축소하고 기존 인력도 감축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세제지원과 관계없이 인력을 채용하겠다는 응답은 7.9%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R&D 조세지원 축소로 미래를 준비하는데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R&D 조세지원 축소로 차질이 예상되는 분야로는 '신제품 개발'이 58.5%에 달했고, 이어 4차 산업혁명 대비를 포함한 신사업 발굴이 23.9%로 나타났다.
정부는 기업의 R&D 투자를 유인하고 산업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난 1981년부터 기업의 연구개발비의 일정비율을 법인세(소득세)에서 감면하는 R&D 조세지원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R&D 세액공제율은 2013년 3∼6%에서 계속 줄어 현재 1∼3%까지 낮아졌다. 더구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대기업에 대한 R&D 세액공제를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세제개편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불황으로 기업의 R&D 투자가 위축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 성급하게 R&D 조세지원을 축소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국내 기업의 R&D 투자는 지난 2015년 50조원을 넘어서 전체 국가 R&D 투자의 77.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R&D 투자 증가율은 2010년 16.5%를 기록한 이래로 6년 연속 하락해 2015년에는 2.6%에 그쳤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2017 민간 R&D 투자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는 1.5%까지 주저앉을 전망이다. 보고서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조세지원과 R&D 지원 축소에 대해서는 많은 공감대가 있으나 위기 해소까지 3∼5년 축소 계획을 유보할 필요가 있다"며 "대기업 사내유보금을 R&D 투자로 유인하기 위해 하향식 공공기술 개발을 대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50대 기업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 3.0%로, 미국(8.5%)·일본(5%)·독일(4.3%)·영국(3.6%) 등과 비교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민간 R&D 투자액과 조세지원 비중을 계산하면 한국은 7.4%로, 캐나다(21%), 프랑스(18%), 네덜란드(14%), 영국(9%)보다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보다 조세지원 비중이 낮은 미국은 최근 R&D 세액공제율을 20%로 높여 이를 영구화했고, 일본도 2015년 세액공제를 확대했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총생산(GDP) 기준 통계에 근거해서 민간 R&D 규모와 조세지원은 이미 충분하다고 보는 것은 통계적 착시"라며 "우리나라가 선진 경쟁국에 비해 R&D 조세지원을 더 낮게 가져가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이환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R&D 조세지원 제도는 단순히 기업의 신제품 개발과 신사업 발굴 등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국가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우수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며 "국가적 중장기 성장엔진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R&D 조세지원 제도의 축소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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