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50㎞ 버스 빗길 급제동 '미끌'
마른 노면보다 11.6m 더 밀려나가
젖은노면 제동거리 28.9m 달해
"빗길선 앞차와 거리 200m확보
타이어 공기압도 10% 높여야"
마른 노면보다 11.6m 더 밀려나가
젖은노면 제동거리 28.9m 달해
"빗길선 앞차와 거리 200m확보
타이어 공기압도 10% 높여야"
'끼~익'
도로를 시속 50㎞의 속도로 달리던 승용차가 급제동하자 차량이 약간 밀리면서 스키드마크가 날 것 같은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화물차나 버스처럼 덩치가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차량은 급정거 시 앞으로 쏠림현상이 훨씬 심하게 났다. 차량 바퀴에서는 도로와의 급격한 마찰로 연기가 나기도 했다.
그런데 물을 뿌려 빗길 상황을 연출하자 상황은 훨씬 심각해졌다. 젖은 차로를 같은 속도로 달리던 차량을 급제동하자 차량이 도로 위의 물살을 가르며 훨씬 더 길게 앞으로 밀려 나간 후 멈춰 섰다. 완전한 제동이 이뤄지기까지 수초에서 수십초가 걸렸다. 차량 운전 시 안전거리를 넉넉하게 확보하지 못하면 곧바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 6일 교통안전공단 경북 상주 교통안전교육센터에서는 승용차, 화물차, 버스의 마른 노면 대비 빗길 제동거리 비교시험이 이뤄졌다. 시험은 승용차, 화물차, 버스 순으로 마른 노면을 먼저 달린 뒤 젓은 노면을 달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차종은 아반떼, 5톤 화물차, 38인승 버스였으며 중량은 승용차 1190㎏, 화물차 6170㎏, 버스 1만745㎏이었다. 탑승인원은 승용차 2명, 화물차(적재물 없음) 2명, 버스 2명 등이고, 탑승인원의 평균 몸무게는 65㎏이었다.
공단은 이날 각 차량을 80m 시험주행로에서 시속 50㎞로 마른 노면과 젖은 노면에서 세 번씩 달리게 해 제동거리 평균값을 도출했다.
제동거리가 가장 긴 것은 버스였는데, 마른 노면에서 17.3m, 젖은 노면은 28.9m로 도로가 젖자 제동거리가 11.6m 길어졌다.
화물차는 마른 노면 15.4m, 젖은 노면 24.3m로, 제동거리가 8.9m 늘어났다. 승용차는 마른 노면 9.9m, 젖은 노면 18.1m로 8.2m 길어졌다.
이는 비가 자주 오는 7~8월에는 안전거리를 길게 두고 조심해서 운전해야 함을 보여준다. 최근 5년간 빗길 교통사고가 크게 증가했는데 치사율이 높아 사망자도 많이 발생했다.
최근 5년간 월평균 빗길 교통사고는 1520건이 발생했으나 7∼8월에는 월평균 2320건으로 71% 증가했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최근 5년간 월평균 39명인데 7∼8월에는 59명으로 66% 많았다. 장마철에는 비가 많이 와 시정거리는 짧으면서 제동거리는 길어지는 등 위험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빗길 교통사고 치사율은 2.58명으로 맑은 날(2.02명)보다 높다.
박승호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교육센터 교수는 "빗길에서는 평소보다 속도를 20% 이상 줄이고 앞차와의 안전거리도 평소의 2배인 200m 이상 확보해야 한다"면서 "차가 물에 떠서 달리는 수막현상을 피하기 위해서는 타이어 공기압을 10% 높여야 하고 타이어 상태를 수시 점검해 마모가 심한 경우 미리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주(경북)=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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