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환 한화생명 보험연구소장
![[시론] `O2O 대전`… 글로벌 기업의 생존법](http://contents.dt.co.kr/images/201707/2017070702102351607002[1].jpg "[시론] `O2O 대전`… 글로벌 기업의 생존법")
1994년에 창업한 아마존은 책을 시작으로 의류와 전자제품 등으로 온라인 판매를 넓혀가면서 미국 내 전자상거래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2007년부터는 '아마존 프레시'라는 서비스를 통해 일부 육류와 채소·과일 등의 신선식품을 배달해 왔다. 하지만 신선식품은 보존기간이 짧아 물류창고에서 배송해주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홀푸드라는 오프라인회사를 인수해 신선식품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가만 앉아서 당할 수는 없는 법. 아마존이 홀푸드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후 불과 5분 만에 월마트는 온라인 남성 의류회사인 보노보스를 3억1000만 달러(35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월마트는 작년 8월 온라인 쇼핑몰 제트닷컴을 사들인데 이어 온라인 신발판매회사 슈바이, 온라인 의류판매회사 모드클로스 등을 인수했다. 더욱이 제트닷컴의 창업자이자 아마존 임원 출신으로 아마존 킬러라는 별명의 마크 로어를 전자상거래부문 최고책임자로 영입했다. 오프라인의 강자로서 온라인에서도 한 판 제대로 붙어보자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시작한 아마존이 홀푸드를 앞세우면서 본격적으로 오프라인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면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회사인 월마트는 반대로 온라인사업을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O2O 대전(大戰)', 즉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으로 오프라인에서는 온라인으로 가는 전략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에서만 O2O 대전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다. 먼저 질문 하나. 최근 은행 지점 창구에 가 본 기억이 나는가. 기껏 ATM에서 현금 찾는 게 대부분일 것이다. 이 바람에 일부 은행에서는 지점을 공격적으로 없애면서 지점당 근무 인원도 4~5명 선까지 줄이고 있다. 은행업무 자체가 온라인 또는 모바일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높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다 P2P대출(은행과 같은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플랫폼에서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금융서비스), 온라인플랫폼을 이용한 환전 및 송금서비스 등과 같은 핀테크를 기반으로 하는 경쟁회사와 경쟁채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은행의 전통적 업무 및 이익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이 같은 금융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글로벌 은행들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2015년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회장은 '골드만삭스는 IT회사'라고 선언했다. IT회사라는 주장에 걸맞게 골드만삭스는 총직원(3만2000여 명)의 70% 정도가 30세 이하의 밀레니얼 세대가 차지하고 전체의 30%에 달하는 9000여명이 IT인력이다. 9000명이면 페이스북의 총직원(9200여 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를 기반으로 단 돈 '1달러' 예금도 인터넷으로 받겠다고 나섰으며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인터넷신용대출사이트 '마르커스닷컴'을 오픈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지점을 벗어나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온라인화·디지털화로 전 세계 고객을 빨아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전통제조업에서도 변신은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예를 들어 아디다스는 온라인 또는 모바일을 통해 신청하면 1~2일 만에 원하는 신발을 원하는 곳으로 배달해 주는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시대를 열고 있다. "일류기업이 과거에 성공을 거두는데 도움을 줬던 상품과 프로세스, 조직형태가 이제는 실패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생존기업의 제1법칙은 과거의 성공을 미래의 가장 위험한 요소로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유난히 생각나는 요즘이다. 최성환 한화생명 보험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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