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의 가톨릭관동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포럼] `일자리 나누기`부터 시작하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707/2017070602102251607001[1].jpg "[포럼] `일자리 나누기`부터 시작하자")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이 없는 젊은이가 수두룩하다. 정규직 직장이 없으니 결혼도 못하고 결혼을 못하니 출산율도 저조하다. 출산율 감소로 인한 경제활동인구의 저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반면, 식당과 공장 그리고 건설현장에는 일할 사람이 없다. 중국과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 각지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기에, 그나마 산업 일선 현장을 운영할 수 있다. 이제는 과수원과 축사, 근해 어업까지도 외국인 노동자가 없다면,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엄밀히 말해 일자리가 없어 취업을 못한다는 말은 성립이 되지 않는다. 일자리는 있되, 험하고 어려운 일자리만 있기에 고등학력자가 선뜻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입시지옥에서 해방시켜주겠다며,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무제한으로 신설 대학을 허가해 준 실책이 30년 만에 재앙으로 닥치는 것이다.
인문계든 실업계든 모든 고등학생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대학생이 될 수 있는 나라는 건강한 나라가 아니다. 국민 대다수가 대졸자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국민 대다수가 대기업에 취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부는 중소기업에도 종사하고 일부는 농업, 어업, 건설 현장에도 취업해야 한다. 눈높이를 맞추려면, 대학의 수도 줄이고 대학 모집정원도 대폭 감축해야 한다.
대학이 구조조정 될 때까지, 대기업에게 고용을 인위적으로 늘리라고 권력의 힘으로 말할 수도 없는 형편이고, 그렇다고 모든 젊은이들에게 창업을 하라고 호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떤 이는 취직이 안 되면 외국에 나가서 자원봉사라도 하라는 식으로 막말을 한 적도 있다. 결국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어렵고 벽에 부딪쳤단 결론이다.
지금의 노동 시장상황에선 일자리를 나누어 갖는 방식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노동시간을 점차적으로 줄여 나가야 한다. 컴퓨터와 자동화 기기가 인력을 대체하고 있는 마당에, 구식의 법정근로 시간을 그대로 끌고 가는 것은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다.
그러면 임금은 어떻게 할 것인가? 기존 직원의 월급은 동결하고 신규직원의 봉급은 20%를 감한 수준에서 고통분담이 이뤄져야한다. 본래 200만원 월급을 160만원만 주겠으나 정규직으로 100명이 아닌 120명을 뽑겠다는 데 마다할 젊은이가 몇이나 될까? 그리고 이 제도를 공공기관으로 확대하고 나중에 민간기업까지 확대해 나가면 되리라 본다.
둘째, 군대를 모병제로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군인 수를 지금 보다 대폭 늘리고 가혹행위 등의 나쁜 군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 여성이건 남성이건 차별 없이 원한다면, 120만원의 월급을 주는 이등병으로 시작하는 직업군인체계로 바꾸어야 한다. 부모들은 집에서 노는 자녀를 보느니, 군대라도 취업시키고 싶을 것이다. 청년실업자 100만 시대에 추가적으로 뽑는 50만 명의 직업군인으로 실업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외면하기 힘들 것이다. 국가와 지자체가 앞으로 부담해야할 청년실업 수당보다 군인 월급으로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셋째, 공공기관은 기존 조직체계와 별도로 자원봉사자가 아닌 공익 유급 청년직원으로 정식 채용해 봉급 수준은 낮게 주되 오지마을이나 낙후된 지역에서 근무하게 하거나 해외 사업에 투입하는 것도 생각해 봄직하다. 그리고 경력자에게는 공무원 시험에 큰 가산점을 주게 하면 노량진에서 썩는 청춘을 좀 더 보람되게 개선시킬 수 있으리라 본다.
무작정 공무원 수나 공기업 채용인원을 늘리는 것은 30년 뒤에 우리나라 경제를 그리스처럼 어렵게 만들지는 않을까 우려가 크다. 그러나 일자리를 나누는 선진방식이 재벌과 일부 정치권에 의해 악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하며, 임시직 증대, 일자리 쪼개기나 쉬운 해고 방향으로 변질돼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라" 하고, "최저 임금을 단숨에 인상"시키고 하는 일이 말로는 쉽지만, 각각의 형편에 맞게 점진적으로 매우 조심스럽게 개선해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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