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EU 로밍요금 낮추기가 주는 교훈

이민석 KISDI 통신전파연구실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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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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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EU 로밍요금 낮추기가 주는 교훈
이민석 KISDI 통신전파연구실 부연구위원


EU는 지난 6월 15일을 시작으로 회원국 간의 이동통신로밍서비스에 대해서는 더 이상 로밍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프랑스를 여행 중인 네덜란드 이동통신서비스 이용자가 프랑스 호텔로 전화를 걸어도, 네덜란드에 있는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도, 스웨덴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도, 별도의 로밍요금은 부과되지 않는다. 마치 EU라는 큰 국가가 존재하는 것처럼 회원국 내의 로밍 통화에 대해서는 국내 통화 요율이 적용된다.

만약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 중이라면 로밍요금 걱정 없이 마음껏 통화하고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다만, 데이터로밍에 대해서는 무제한 로밍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용 중인 요금제에 비례하여 충분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77유로(약10만원)짜리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한 경우 20GB의 데이터를 추가 로밍 요금 없이 이용 가능하다. 국내 사업자가 판매하는 데이터로밍 정액요금이 100MB에 약 1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감동적인 요금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해졌을까?

우리가 지불하는 로밍요금은 소매요금으로서 간략히 로밍도매요금과 사업자 마진의 합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로밍도매요금은 우리나라 로밍이용자가 해외 사업자의 이동통신망을 사용한 대가로 국내 통신사가 해외 통신사에 지불하는 금액이다. 일종의 원가에 해당된다.

따라서 로밍소매요금이 하락하기 위해서는 원가인 도매요금이 하락하거나, 사업자 마진이 하락해야 한다. 그런데 마진이 충분히 하락하더라도 원가 자체가 높은 수준이라면 소매요금은 낮아지기 어렵다. 이러한 연유로 일찍이 OECD는 비싼 도매요금에 관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로밍도매요금은 사업자 간 자율적인 협상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한 국가당 이동통신사업자의 수가 셋, 넷 정도인데 커버리지가 좋아 로밍 협정을 맺을 만한 상대는 하나 또는 둘 정도이다. 따라서 사업자간 협상 경쟁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협상에 드는 비용도 적지 않을 것이므로 재협상을 통한 이익이 좀체 크지 않는 한 재협상을 시도할 유인도 크다고 보기 어렵다. 자율적 시장 경쟁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EC(EU 집행위원회)도 이러한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1999년에 최초로 로밍요금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때 로밍도매시장의 시장실패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리고 2003년도에 로밍시장 규제 목적으로 모든 회원국에 경쟁상황평가를 권고했으나, 어떤 나라에서도 개인 또는 공동 지배력이 인정되지 못했고 이로 인해 로밍 규제는 시행되지 못했다. 일반적인 경쟁법 적용 틀로는 로밍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배운 것이다. 결국, EU는 2007년에 이르러 몇몇 사업자만을 규제하는 방식이 아닌 모든 사업자를 대상으로 로밍요금을 규제하는 로밍규제법안을 통과시켰고 같은 해 6월부터 요금상한제를 도입했다. 그리고 2017년 6월 15일. 마침내 요금상한제는 일몰됐고 EU 내에서 더 이상의 로밍 요금은 없다.

EU는 로밍요금 폐지에 이르기까지 20여 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나마, 디지털 단일 시장(Digital Single Market)이라고 하는 공통의 지향점이 존재했기에 가능했을 수 있다. 다만, 우리 여건은 EU와는 여러 면에서 다르기 때문에 이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 중 하나는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일이다. 시장 자발적인 재협상을 도울 수 있도록 한·중·일 3국이 경제적 유·불리를 넘어서서 공통의 추구 가치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로밍 논의가 그 가치를 향한 대화의 시작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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