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포럼] 에너지공기업 자율권한 보장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707/2017070302102251607001[1].jpg "[포럼] 에너지공기업 자율권한 보장해야")
에너지 자원개발은 높은 위험성, 높은 초기 투자비, 긴 회수기간, 가격의 높은 변동성과 불확실성 등의 태생적 특성을 갖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고 성공적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추진 기업의 대형화와 사업의 다각화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한국처럼 에너지자원의 96%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에너지자원산업의 본질적 특성을 반영한 장기적이면서 치밀한 계획과 꾸준한 실행이 요구된다. 다시 말해서 숭늉을 먹으려면 밥을 먼저 지어야 되는 것처럼 미래를 준비하고 꾸준히 실천해야 우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지금 2017년 한국의 자원개발 현실은 어떠한가? 자원개발에 나선지 40년 가까운 동안 큰 손실 없이 소규모의 투자들이 이뤄졌고 그나마 2007년 이후 자원공기업 대형화 깃발 아래 말 그대로 외형적인 대형화에만 집착하게 되어 무리한 차입 자금에 의한 몸집불리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2014년 저유가가 시작되면서 에너지공기업의 경영 상태는 파탄에 가까운 상태에 이르렀다. 지난 정부에서의 나몰라 정책으로 MB 정부의 대형화 정책은 5년 만에 공기업을 늪에 빠지게 하는 역할만 한 꼴이 돼버렸다. 쉽게 말해서 과수원만 사놓고 스스로 과일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방치한 꼴이 됐다.
해외자원개발이 지금과 같이 된 근본 원인은 어쩌면 우리 정부기관의 획일성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공기업의 사장은 공기업 경영평가를 잘 받기 위해 설정된 경영목표를 달성하고 또한 임기 내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단행했을 것이고 정부로부터 잘했다고 경영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성과급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생각해보니 사업 참여를 잘 못했다며 감사원 감사와 검찰조사까지 받았으며 손실은 있으나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기이한 일이 반복된다. 또한 동일한 사안이 정부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것을 바라보는 우리는 쓴 웃음만 짓는다. 더욱 슬픈 것은 이런 현상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우리의 풍토다.
에너지공기업으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공기업인 한국전력, 가스공사, 석유공사의 운영 방법을 살펴보면 이들이 어떻게 다른지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전력은 에너지원을 도입해 전력을 판매하는 일을 추진하기 때문에 발전원가에 일정 이윤을 붙여서 회사를 운영하면 된다. 가스공사의 경우엔 LNG을 해외에서 도입해 국내에 판매하는 일을 주로 수행해 수익을 창출한다. 전형적인 독립계 자원개발회사인 석유공사는 석유개발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석유가격의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부류의 회사이다. 모두가 에너지 공기업이라는 범주에 들어있지만 국내 에너지 공급 서비스를 담당하는 회사와 해외에서 자원을 개발하는 회사는 구조와 운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인 잣대로 공기업을 평가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공공성을 갖는 공기업은 본래의 설립 목적이 있는 것이며 그들이 그 목적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필요하면 평가해야 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불합리한 제도가 만들어지고 시행되면 본래의 취지에 벗어나더라도 책임지지 않기 위해 일을 하고 분야의 특성을 무시하고 규정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인지상정인지도 모른다. 이렇다 보니 잘못한 사람은 없는데 일은 잘못된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정부의 각종 규정과 제도는 책임을 회피하거나 관리의 편의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의 본질을 잘 추진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공기업의 다양한 본래 설립 목적과 분야별 특성을 반영하여 일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어쩔 수 없는 획일성이 아니라 다양성을 인정하는 현명한 제도의 집행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일을 추진하는 공기업에게 본연의 임무를 잘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는 공기업 특성을 반영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공공성을 지닌 전문가에게 권한과 책임을 주고 자율적으로 에너지자원 공기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면 어떨까? 다양성과 자율성을 충분히 반영된 맞춤형 정책에 추진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대에 획일적인 공기업의 평가와 관리는 공기업의 본질을 파괴하는 또 다른 적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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