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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섭 칼럼] 한국에서 `골드만삭스`가 나오려면

최경섭 금융증권부장 

입력: 2017-07-02 18:00
[2017년 07월 03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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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섭 칼럼] 한국에서 `골드만삭스`가 나오려면
최경섭 금융증권부장


벌써 20년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시절의 일이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금융위기 시절, 당시 미국 월가에 본사를 둔 골드만삭스가 40억달러에 달하는 한국 정부의 외국환 채권발행 자문사로 등장한다. 한푼의 달러가 시급하던 당시, 한국 정부는 물론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자문사인 골드만삭스에 국가의 운명을 걸고, 그들의 말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우리에게는 생각하기도 싫은 IMF 시절, 이렇게 우리와 인연을 맺은 골드만삭스는 이후, 한미은행, 하나로텔레콤 등 국내 주요 기업의 굵직굵직한 기업 인수합병(M&A) 때 마다, 또 대형 부동산 매각건 때 마다 인수자로 나서면서, 이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존재가 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은행(IB)으로 평가받고 있는 골드만삭스는 지금으로 부터 150여년 전인 1869년,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마커스 골드만이 사위 새뮤얼 삭스와 동업해 어음 할인 가게로 출발했다. 골드만삭스는 당시, 시중은행들로서는 구멍가게나 다름없는 '어음 할인업'으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자본금 규모만 해도 1000억달러(102조원), 이들이 운용하는 자금규모만 해도 1조 달러에 달하는 세계 금융시장의 '큰손'으로 성장했다.

기존 제도권 은행들이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익으로 수익을 실현하는 '돈장사'에 안주했던 데 반해, 골드만삭스는 철저하게 더 공격적이고 모험적인 투자로, 세계 최대 투자은행 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이른바,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기 위한 초대형IB(투자은행) 시대가 개막한다. 자본력이 충분한 증권사나 투자사들도 기업어음 발행과 같은 자금조달 방식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게 제도를 도입한 금융당국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는 만기 1년 이내 어음 발행, 중개 등의 내용이 담긴 초대형 IB 사업권을 부여하고, 자기 자본금 8조원 이상 되는 투자사에는 종합투자계좌 업무까지 허용한다.

당장, 자본금 4조원 조건을 충족하는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들이 빠르면 이번주에 초대형IB 인가 신청서를 제출한다. 이들 5개 증권사들은 이미 전사적인 역량을 초대형IB 사업권 확보에 맞추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그동안 정부가 부여한 사업권을 앞세워 '우물안 개구리' 에 안주해왔다. 연간 두 자리 이상의 고공성장을 기록하던 1990년대, 인터넷 경제로 전환하던 2000년대만 해도 국내 증권사들은 수수료만 챙겨도 한해 벌어 몇 년 놀아도 될 정도로 호황기를 기록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전환되고, 키움증권 등 온라인 트레이딩 업체까지 등장하면서, 이제 좁은 국내 시장에서 주식중계 수수료만을 챙기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생존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

늦었지만, 정부나 금융권이 한국판 골드만삭스 육성을 앞세워 초대형 IB 시대를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출범이 늦었던 만큼, 국내 초대형 IB들이 가야할 길은 너무 험난하다. 당장, 글로벌 투자은행 사업을 전개하기에는 인프라 수준이 너무 취약하다. 골드만삭스·메릴린치 등 글로벌 투자은행과 비교해 국내 업체들의 자본금 수준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가 그나마 자본금 6조원대에 있고, 나머지 업체들은 겨우 4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글로벌 투자, 모험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마인드도 절대적으로 취약하다. 전문가들은 위험을 관리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전개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공격적이고 합리적인 투자를 전개할 고급인력 확보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산업을 독립적인 산업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제조산업이나 주요 성장산업의 보조적인 개념으로 삼는 금융당국의 인식도 문제다. 초대형 IB 대상업체 관계자들은 "정부가 길을 열어주기는 했지만, 초대형IB가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여전히 높은 장벽들이 존재한다"면서 "금융업권 별로 높게 쳐져 있는 높은 규제장벽을 해소하는게 급선무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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