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조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 게임법과정책학회 회장
![[포럼] `고사 위기` 게임, 규제 혁파해야 산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06/2017063002102251043001[1].jpg "[포럼] `고사 위기` 게임, 규제 혁파해야 산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과 더불어 게임 산업의 성장,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수년간 위축되어온 게임 산업의 재도약을 바라는 기대가 커졌다. 국내 게임업계가 중국에 역추격 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많았지만, 새로운 정부가 불합리한 규제를 없애는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으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최근 중대형 게임사에 대한 영업정지와 등급재분류 등의 조치가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예컨대, 파티게임즈는 경품이벤트를 시도했다는 이유만으로 영업정지의 처분을 받게 됐다. 길을 걷다 보면 문이 잠겨 있고 영업정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 있는 가게를 보곤 하지만, 온라인 게임사가 45일간이나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그리고 작년 12월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넷마블게임즈의 대규모다중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 레볼루션'은 최근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청소년 이용 불가'로 재분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출시 당시에는 12세 이용가 등급을 받아서 많은 청소년들의 사랑을 받아 왔지만, 등급 재분류로 인해서 청소년들에 대한 환불조치는 물론 형사처벌의 가능성도 직면하게 됐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설명에 따르면, 이 게임 속에 등장하는 '유료 아이템 거래소'가 청소년의 사행심을 부추기는 '아이템 현금거래 서비스'에 해당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제의 핵심은 영업정지 처분이 과도하고, 갑작스런 등급 재분류는 혁신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국가후견주의가 아닌지 하는 점이다. 사행성의 기준이 불명확한 가운데 과도한 제재가 이루어진다면, 게임업계의 불필요한 자기검열 속에 창작과 혁신은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 오락실을 기준으로 규정된 영업정지 처분이 온라인이나 모바일 게임을 서비스하는 회사에 대해서 그대로 동일하게 적용된다면, 그 어느 외국 입법례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과도한 제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게임의 등급을 재분류하기 위한 기준을 더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청소년보호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한 조치가 원래 취지를 벗어나 게임 창작자를 위축시키고 게임이용자들로부터는 선택의 기회를 박탈하는 불합리한 국가후견주의로 빠질 우려도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눈을 가리고 지뢰밭을 걷는 것과 같이 위험하기 때문에 투자는 감소하고 일자리는 줄어들고 우수한 인재는 게임 산업을 외면하게 될 것이다.
지난 수년간 불명확한 사행성 기준,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셧다운제, 과도한 제재 또는 불합리한 규제로 인해서 국내 게임업계가 위축돼온 사이에, 어느덧 중국의 게임업계에 역추격 당하게 됐다고 하는 심각한 우려가 많다. 2008년 당시 네이버와 비슷한 규모이던 중국의 텐센트는 지난해 세계 게임시장에서 국내 대표 게임업체인 넥슨보다 약 6배 많은 11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는 게임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콘텐츠라고 보고 게임 산업의 규제완화 및 적극적인 산업 진흥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도한 제재 이전에 자율적인 시정의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개발자가 제재의 두려움 없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게임규제의 완화 내지 합리화를 위한 제도개선이 절실히 요구된다.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 못지않게 '규제 상황판'이 더욱 필요하다. 불합리한 규제의 철폐는 가장 효율적인 일자리 창출의 첩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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