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코드 인사`의 위기](http://contents.dt.co.kr/images/201706/2017062202103469607001[1].jpg "[뉴스와 콩글리시] `코드 인사`의 위기")
"흠결보다 정책적 역량을 높이 평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검증을 이미 통과했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야당이 반대하고 있던 위원장 후보자를 임명하면서 청와대가 한 말이다. 안경환은 사퇴했지만 강경화의 임명 강행으로 정국은 급랭했다. 앞으로도 청문회는 '문제 인사'의 등판을 줄줄이 기다리고 있고, 개혁은 '흠집내기식 청문회'로 첫발조차 내딛지 못하고 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그래선지 인사에는 뒷말이 늘 따른다. 특정 정당이 정권을 잡으면 같이 일하던 사람들, 선거 캠페인에 앞장섰던 사람들, 이념이나 정책,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함께 정부를 운영해 나가는 것을 잘못이라고 비판할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는 이념과 진영을 가리지 않고 대탕평 내각을 만들겠다고 선거 때 공약을 내세웠지만, 지금껏 발표한 조각(組閣)리스트를 보면 대통합 정부는 공염불임을 알 수 있다. 장관 후보자들은 대부분 노무현정부 인사 아니면 대선공신, 그리고 측근들로 채워져서 친문(親文)내각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들 대부분은 운동권과 시민단체 출신으로 기득권 주류세력의 교체를 외쳐 온 좌파인사들이다. 한 신문은 문재인 정부의 요직을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은 '참여연대'라고 하는 우스개를 소개했다. 보은이사, 코드인사라는 혹평이 나오는 이유다.
완벽한 사람은 없지만 코드인사 대부분은 큰 흠결을 갖고 있어서 사태의 심각성은 깊어지고 있다. "저는 대선 때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세금 탈루,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자는 고위공직에 임명하지 않겠다고 공약을 했습니다. 정치자금법 위반, 또 선거법 위반, 음주운전, 그 밖의 범죄나 비리 등 더 큰 흠결 사유가 있는데도 특별히 5대 중대 비리라고 해서 공약했던 것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인사청문회에서 특히 많이 문제가 됐던 사유들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5대 비리를 비롯한 중대 비리자들을 고위공직 임용에서 배제하겠다는 원칙이 정의로운 사회와 깨끗한 공직문화를 위해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지나치게 이상적인 공약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말씀은 구구절절이 옳다.
집권 초기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는 지지도는 국민들의 기대 심리를 반영한다. 문재인 정부만큼은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많은이들이 믿고 있다. 그러나 발표되는 고위직 인사마다 위장전입에다 다운 계약서는 기본이고, 논문 표절에 음주 운전 등 비리 종합세트가 따로 없다. 위장전입은 딸아이 학교입학을 위해서 불가피한 양, 마치 맹모삼천으로 미화하고 부동산 세금 탈루는 중개업소가 한 소행이고, 논문 표절은 고의성이 없다든가 '연구 부적절 행위'라는 이상한 표현으로 얼버무린다. 이미 임명된 한 장관은 19대 국회 임기 시작 후 5년간 62차례 도로교통법을 위반해 481만원의 과태료를 납부한 사실이 밝혀졌다. 게다가 2005년 매입한 농지를 주택 앞마당으로 사용해 농지법을 위반한 사실이 검증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런 법의식을 갖고 국정을 원만히 수행할 수 있겠는가.
코드인사가 국정 쇄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 콩글리시인 코드(code)인사는 "성향이나 사고 체계가 똑같은 사람을 관리나 직원으로 임명하는 일"로 정의되고 있지만, 실은 보은인사, 낙하산 인사, 정실인사와 동의어다. 사사로운 정이나 관계에 이끌리어 자리를 나눠 주는 것이 코드인사다. 코드인사는 참여정부의 인사 난맥을 비판하는 용어로 쓰이면서 2003년 국립국어원에 의해 신조어로 등록됐다.
코드인사를 영어로 어떻게 옮길 수 있을까? the spoils system이다. 스포일 시스템이란 선거에 이기고 나서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정부 요직을 나눠 주는 정치 행위를 뜻한다(the arrangement in politics that allows the President to give government jobs to supporters after winning an election). 흔히 엽관(獵官)제도라고 한다. 이와 비슷한 말로 크로니즘(cronyism, 정실인사)과 네포티즘(nepotism, 족벌인사)이라는 표현이 있다.
유능한 인재를 뽑아 적재적소에 등용시킨 것으로 유명한 솔로몬 왕은 특히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는 자기와 정치 노선이 다른 인물도 과감하게 발탁했다. 강을 건너면 뗏목을 버려야 한다는 말을 잊었는가. '마이웨이 내각'은 협치와는 거리가 멀다. 그 분야 최고의 인재를 삼고초려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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