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길한 스마일게이트홀딩스 법무실장
![[발언대] 게임규제, 현실에 맞춰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706/2017061202102269607001[1].jpg "[발언대] 게임규제, 현실에 맞춰야")
게임은 콘텐츠 산업의 첨병이자 세계적으로도 가장 보편화된 여가수단이지만, 우리나라 게임산업에서는 더 이상 2000년 전후의 활기를 찾을 수가 없다. 물론 그 원인은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특히 잘된 규제라 보기 어려운 이상한 '규제'들 역시 게임산업의 창의성을 억압해 게임들이 천편일률적이 되는 데 일조했다고 본다. 게임 규제 법령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가운데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만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게임산업법의 명칭은 규제가 아닌 '진흥'이나, 실제 초점은 '규제'에 맞춰져 있다.
게임산업법은 이른바 '오락실(성인오락실 포함)'이라는 장소를 규제하던 '유기장업법', '공중위생법'의 관련 조항과 '콘텐츠'를 규제하던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음비법')'이 합쳐져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이 됐다가, 다시 게임만 따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로 독립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게임을 장소적 개념에 한정시키지 않고 '콘텐츠'로 봤기 때문이고, 다시 그 콘텐츠가 '음반', '비디오물'과 다르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실제 게임산업법이 그러한 취지를 잘 반영하고 있는가, 오히려 여러 법령들의 규제들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된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은 분명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후 게임산업법의 전체적인 취지나 체계를 무시한 규제들이 계속 추가돼 왔다는 점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 타당성이나 상당성에 의심이 가는 규제법령이 이중·삼중으로 존재하고 있는 와중에, 법률에도 없는 규제까지 이뤄지고 있는 것 역시 문제다. 예를 들어, 실무상 모든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의 온라인게임에 대해 일괄적으로 월간 결제한도를 5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근거 법령은 없다.
마지막으로, 게임산업법은 사행성 규제라는 대의명분에 얽매인 나머지 과도하게 규제를 하고, 규제위반의 정도를 따지지 않고 과도하게 처벌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사행성은 규제돼야 하나, 실제 사행성이 있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도 사행성이 있다고 규정을 하고, 위반에 대해 무조건 형사처벌과 영업정지를 하도록 하는 것은 게임사업자들에게 과도한 위협이 되고 있다. 최근 약 20만원 상당의 경품을 10여 명에게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광고했다가, 그러한 이벤트는 위법하다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지적을 받고 중단했으나 결국 45일의 영업정지처분을 받게 된 P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처벌보다는 계도를 우선하는 절차를 마련해 게임사업자의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고 하는데, 이는 분명 환영할만한 소식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산업법과 기타 게임 규제에 관한 법률들을 하나하나 다시 뜯어보고 급변하는 게임 현실에 맞게 전면수정을 해야 할 필요성은 줄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한국 게임이 2000년대 초와 같이 역동적으로 움직일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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