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혜란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새정부 이렇게 혁신하라] 사회문제, `도시혁신`으로 풀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706/2017060202102251788001[1].jpg "[새정부 이렇게 혁신하라] 사회문제, `도시혁신`으로 풀자")
혁신을 통해 지역의 성장을 견인하고자 기획됐던 지역혁신정책은 김대중 정부의 지역진흥사업에서 시작해 참여정부의 지역혁신정책으로 본격화했다. 1단계 지역혁신정책은 혁신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지역의 혁신역량과 인프라 구축을 통해 지역의 산업·경제적 기반을 확충한다는 목표에 따라 실행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에서 지역 정책의 우선순위가 밀리고 정책의 초점도 광역경제권, 행복생활권 등으로 이동하면서 지역혁신정책은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그간의 대내·외적 환경의 변화에 부합하는 지역혁신정책의 새로운 비전을 정립하고 실행에 옮길 때다.
1단계 지역혁신정책의 성과로 지역의 기본적인 혁신 인프라와 자원이 구축됐고, 지역 입장에서도 산업육성과 혁신활동을 기획해 낼 수 있는 기본적 역량도 갖춰진 상태다. 그러나 그간 중앙정부 중심의 지역혁신 기획과 예산 의존, 이에 따른 지역 간 과도경쟁, 단위사업-개별 혁신주체 지원에 따른 지역 내 혁신생태계 실종 등 하향식 지역혁신 정책기획과 실행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산업 육성을 목표로 한 공급중심적 지역혁신정책을 보완할 필요에 직면해 있다. 지역혁신의 새로운 방향성은 지역의 자원과 특성을 기반으로 내적 추동성을 확보하는 내발적 발전 전략과 이와 밀접하게 연관된 수요기반형 혁신정책을 중심으로 보완해야 한다.
내발적 수요기반형 혁신정책의 지향성을 잘 나타내주는 흐름의 하나로 '도시혁신'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압축성장과 도시화가 함께 진행되면서 현재 91%를 넘는 도시화율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도시의 환경오염, 주거복지, 도심재생, 위험, 교통, 식품안전, 고령화에 따른 복지수요 증가 등 다양한 사회문제의 해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사회적 수요가 밀집돼 나타나는 도시는 그 자체로 중요한 수요기반형 지역혁신의 단위가 될 수 있다.
'도시혁신'은 도시 운영에 관련된 주거, 교통, 환경, 통신 등의 인프라를 플랫폼으로, 사용자인 시민의 참여와 기술혁신 성과 적용을 통해 시민 생활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사회적 경제의 동력을 만들어나가는 혁신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서구 선진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2세대 스마트도시,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도시전환, 마을공동체와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리빙랩 등은 도시혁신의 범주 내에서 이해할 수 있는 흐름이다.
예를 들어 시민들이 GPS 기기와 오픈 스트리트맵과 같은 오픈 소프트웨어를 통해 환경, 생활 오염, 안전 등에 대한 지도제작에 참여하고 이 과정에서 도시의 문제를 커뮤니티 내에서 발굴하고 해결해 나가는 도시 매핑 프로젝트나 오픈 데이터와 플랫폼을 통한 공공성 정보의 확산·활용, 센서 네트워크 등을 통한 환경오염이나 도시 위험요소 감시 등이 도시혁신의 범주에 포함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서울 북촌의 IoT 리빙랩,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올빼미 버스 노선 개발, 대전의 하천범람 웹서비스 '건너유' 등 맹아 형태의 도시혁신 활동이 나타나고 있다.
도시혁신은 현재 초기 단계이지만, 앞으로 디지털 기술 연계 서비스에 기반한 도시 공간과 인프라혁신을 통해 빠르고 강력한 사회·경제적 동력으로 확산해 나갈 잠재성이 크다. 도시혁신은 일차적으로 시민참여와 도시인프라의 공공성 강화를 통해 도시경영의 효율화를 추구한다는 목적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도시 인프라 투자를 유발함으로써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다. 또 에너지, 헬스케어, 식품 등의 분야에서 공공서비스 전달체계와 연결된 사회적 기업군을 육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도시는 시민들의 실제 생활 속에서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장소이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집행과 실행,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활동까지가 동시에 일어나는 사회-기술 혁신 실행의 장이다. 도시혁신을 통해 지역의 수요와 자원에 기반을 둔 내발적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의 정치가 실현될 수 있다. 또한, 공급중심적 추격혁신에만 집중됐던 우리나라 혁신시스템 내에서 수요기반 혁신의 새 물길을 열 수 있는 중요한 실험의 장이기도 하다. 새로운 지역혁신의 가능성을 수요기반, 시민참여, 사회문제 해결의 도시혁신에서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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