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예산 분석도 없이 책정
제도 시행 준비부터 '졸속행정'
150억 소요사업에 30억만 배정
예산 확보 못하면 시행 불가능
제도 시행 준비부터 '졸속행정'
150억 소요사업에 30억만 배정
예산 확보 못하면 시행 불가능
게임위 정보화전략계획 자료 분석
정부가 올해 1월부터 민간 기업이 게임 등급을 자체 분류할 수 있는 '자체등급분류제도'를 실시한다고 했지만, 관련 시스템 구축 예산이 부족해 애당초 올해 제도 실시가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31일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의 정보화전략계획(ISP)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획재정부는 온전한 자체등급분류제를 시행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예산을 올해 게임위에 배정했다.
특히 기재부는 이 사업에 필요한 예산이 얼마인지 제대로 파악도 않은 채 예산을 책정했다. 전 정부에서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제도가 도입되면서, 제도 시행에 필요한 세부 사업의 예산 분석이 이뤄지기도 전에 예산이 책정되는 등 졸속 행정이 이뤄졌다.
민간 자체등급분류제는 정부가 가상현실(VR), 스마트TV 등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으로 변화하는 게임산업 환경에 맞는 제도를 도입한다는 취지로 마련한 것이다. 국내 유통 게임물에 대한 정부의 사전 등급분류제를 폐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 지정한 기업이 자율적으로 등급을 분류토록 하는 것이다.(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물, 아케이드 게임물 제외)
제도 시행 준비부터 부랴부랴 이뤄졌다. 문체부는 작년 5월, 게임물 자체등급분류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게임산업법을 개정했고, 개정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 운영에 필요한 세부사항을 담은 같은 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작년 12월 30일 공포, 올해 1월1일 제도를 도입했다.
게임위는 이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파악하기 위한 ISP를 작년 12월에야 발주했다. 이미 기재부가 자체등급분류제도 예산으로 30억원을 배정하기로 결정하고, 이 같은 정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후다. 국회는 작년 12월 기재부가 올린 예산안(30억원)을 확정했고, ISP 결과는 지난 4월에야 도출됐다.
ISP 결과에 따르면 온전한 자체등급분류제 시행에는 약 15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왔다. 국내 유통 게임물에 대한 등급정보 연계 체계(허브) 구축에 48억원, 현장 단속 업무 시스템 등 사후관리 체계와 이중화(백업) 인프라 구축에 61억원, 개방형 게임 유통 데이터베이스 구축(DB 공공활용 기반 구축 사업 포함)에 43억원 등이 소요된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세부사업은 다원화된 등급분류기관의 정보를 연계해 통합 정보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올바른 등급분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민간 자율 심의 사업자에 대한 교육·사후관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들이라는 게 게임위의 설명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통합 관리체계는 향후 국내 유통 중인 모든 게임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단일화된 창구로서 기능해, 국내 유일의 게임물 정보 제공 채널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세부사업으로 구성된 자체등급분류제는 앞으로 기재부로부터 나머지 예산 120억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행조차 하지 못할 운명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기재부는 2017년 예산으로 30억원을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는 매년 예산을 요청하라는 것"이라며 "제도를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서버 구입, 기획, 설계 등 세부 사업 기획이 완료되고, 그 절차마다 사업 예산이 배정돼야 하는데 기획이 나오기 전에 예산이 보수적으로 책정된 것"이라며 "자체등급분류를 하려면 허브 시스템 구축에 예산이 상당히 들어갈 텐데, 기관이 예산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게임사들이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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