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상 성균관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시론] 4차산업혁명 시대, 융합학문 강화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705/2017053102102351607002[1].jpg "[시론] 4차산업혁명 시대, 융합학문 강화해야")
사회 각계에서 새 정부에 기대하는 문제들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북한 핵과 사드 문제, 비정규직 해소, 검찰개혁 등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일도 있지만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문제나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은 긴 호흡으로 차근차근 개혁하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개혁해야 하는 일, 그 중에서도 인재양성, 특히 앞으로 다가오는 4차산업혁명시대를 이끌 대학원 수준의 고급인력 양성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어떤 고급인력이 필요할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인공지능과 ICBM(IoT, Cloud, Big data, Mobile)으로 상징되는 IT를 전공한 기술인력을 생각할 것 같다. 하지만 이들 기술인력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왜냐하면 요소기술만으로는 4차산업혁명이 요구하는 가상물리시스템(CPS) 구축에 필요한 복잡다단한 실재(Physical) 세상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고, 4차산업혁명을 수용하는 '시장'이나 4차산업혁명을 수행할 '사람'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문학적 상상력을 가지거나 경영 마인드를 가지면 충분할까? 인문학적 상상력이란, (물론 현재의 대학의 교양교육은 개선의 여지가 큰 것이 사실이지만,) 고급인력이 거쳐가는 학부생 시절에 교양교육을 충실히 하는 것으로 충분히 배양할 수 있다. 경영 마인드란 것도 고급인력이 대학원 수준의 교육을 통해 습득할 만큼 깊이와 넓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경영기법이나 지식이 아닌 '마인드'이므로 경영에 필요한 기초 개념만 학습하고 이를 실무에서 파악하고 활용하면 될 것이다.
필자는 고급산업인력에 대한 '교육 개혁'이 필요하고 따라서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하자고 주장한다. 첫째 4차산업혁명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은 인력양성에 집중해야 된다.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기반 조성은 충분한 역량을 가진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인력양성 지원은 역할 분담으로 분야마다 적합한 초점을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 다양한 기초학문을 지원해야 하는 교육부는 긴 시각으로 4차산업혁명의 토대가 되는 ICBM 관련 기초학문의 고급인력 양성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반면에 산업부나 미래부의 산업인력양성은 보다 융합적인 부문에 초점을 둬야 할 것이다. 특히 4차산업혁명의 초융합이라는 특성상 단순히 A라는 과학기술과 B라는 과학기술을 반반씩 가르치는 요소기술융합보다는 '기술경영', '기술표준', '산업공학'처럼 이공학문과 사회과학적 지식이 모두 필요하며 산업전반에 걸쳐있는(Industry Cross-Cutting) 기능들을 연계해 대응하는 지식을 습득하는 Industry Cross-Cutting 융합학문의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둘째 대학에서도 기초학문을 수행하는 학과는 몰라도, 공학이나 응용분야의 사회과학 관련 학과들은 새로운 조류에 맞게 변신해야 할 것이다. 특히 단기적으로 정부 지원이나 압력에 따라 마지못해 바꾸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특성화 전략에 따라 선제적으로 변신해야 한다. 새로운 학문과 일자리가 나타나고 있는데 기존의 커리큘럼을 고집하거나 변신을 거부한 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이 필요한 역량과 지식이 없어 취업을 못한다면, 대학은 학생과 학부모의 기대를 배신하는 것이다.
셋째 단순히 융합교육을 강조하는데 머무르지 말고 교육과정도 융합돼야 한다. 고급인력이 하나의 전통적인 전공만으로 교육받았다면 미래의 초융합사회를 이끌기에는 부족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순혈주의식 교육을 지나치게 선호한다. 자신의 흥미나 융합의 필요성 때문에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서로 다른 전공을 넘나들며 학위를 받으면 3개 학위를 같은 전공에서 받은 인재보다 정통파가 아니라고 취급받기 쉽다.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순혈주의 교육보다는 전공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교육을 받은 인재를 우대해야 한다. 대학이 이런 측면에서 늦장을 부린다면 수요자인 기업에서 넘나드는 교육을 받은 인재를 선제적으로 우대해서 대학을 압박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대학에서 입학생 선발과 교육시 넘나드는 교육을 장려하는 입시제도나 교육 커리큘럼 개발을 활성화 시키도록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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