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새정부 이렇게 혁신하라] 자율차 동반성장 생태계 만들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705/2017053102102251101001[1].jpg "[새정부 이렇게 혁신하라] 자율차 동반성장 생태계 만들자")
전기동력자동차에 이어 자율주행자동차의 개발과 상용화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환경친화적이며 안전하고 운전하기 편한 자동차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는 관련 법 제도의 제개정과 관련 하부구조를 구축하고 있으며, 자동차업체들은 대규모 투자와 함께 효율적인 상용화를 위해 산학연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은 운전석에 운전면허를 소지한 사람이 탑승해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자동차를 통제할 수 있는 반자율주행자동차의 주행을 허용했다. 우리나라도 일부 도로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로에서 자율주행자동차가 주행할 수 있도록 조치했지만 자율주행 자동차를 찾아보기 어렵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전문인력,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등 소프트파워가 중요하다. 이미 미국 기업들은 지난 5년간 4만 5000명의 전문인력을 채용했으며, 독일 자동차 기업들의 엔지니어 수도 지난해 말에 우리 자동차산업의 3배가 넘는 10만 명을 돌파했다. 일본 정부는 자율주행자동차를 포함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2020년까지 37만 명의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주요국 정부, 기업과 학연은 관련 데이터를 창출해 공유하고 있는데 자율주행자동차는 연료와 함께 데이터로 주행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자율주행자동차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중장기 기술개발과 인력양성 전략을 수립해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 자율주행자동차의 종합경쟁력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쟁력 수준을 밑돌고 있다. 전문인력도 절대 부족하거니와 핵심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도 부재하고 시험 하부구조도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가장 중요한 관련 기업간 제휴는 커녕 관련 데이터의 공유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첨단기술의 효율적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업간 전략적 제휴가 필수다. 투자자본의 분담과 위험의 분산 뿐 아니라 조기에 국제 표준화를 추진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일찍이 전기동력자동차산업의 육성에 나섰으나, 그 성과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이유는 다중융합(Trivergence)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즉, 자동차라는 하드웨어와 충전하부구조, 그리고 차량과 충전하부구조 및 충전하부구조간 연계를 이루는 네트워크가 조화있게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자동차는 과학의 융합(Convergence of science)을 요구하고 있다. 기초원천기술,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광범위한 네트워크와 하부구조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복잡성이 증가해 더 높은 수준의 산학연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일본의 자동차산업은 준폐쇄적인 협력구조와 완성차업체와 협력업체간의 수직통합적 전속 거래구조로 인해 협력업체의 총요소생산성이 하락함으로써 성장잠재력이 약화되고 있다. 그 결과 미국과 독일 등 유럽 기업이 자율주행자동차의 기술개발과 상용화 및 국제 표준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산업을 효율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과 함께 완성차를 비롯한 대기업과 협력업체간의 동반성장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과 상생의 생태계가 필요하다. 지난 50년간 우리 자동차산업은 모방과 빠른 추격자의 전략을 통해 세계 자동차 4강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세계 자동차산업은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잠행혁신(Stealth innovation)으로 인해 더 이상의 모방과 추격이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국내 자동차산업 이해관계자들은 갈등과 대립보다는 소통을 통한 정보공유를 기반으로 한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경쟁자보다 앞서 투자할 경우 금전적인 손해를 볼 수 있으나, 투자 시점을 놓칠 경우 시장 자체를 잃어버릴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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