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화 아주대 명예교수
![[시론] 미래 핵심부품산업 육성 시동 걸어라](http://contents.dt.co.kr/images/201705/2017053002102351607002[1].jpg "[시론] 미래 핵심부품산업 육성 시동 걸어라")
최근 창조적 기술혁신이 일어나 인류의 삶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가 오고 있다. 새로운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혁명이 시작되고 있고 기업이나 국가의 생존전략을 혁신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역사적으로 산업혁명은 승자와 패자를 명확히 구분했다. 1차 산업혁명은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들었고, 2, 3차 산업혁명은 미국을 세계 최강의 패권국가로 변모시켰다. 현재 스마트 헬스, 스마트 카, 스마트 홈, 스마트 빌딩, 스마트 팜, 스마트 제조, 스마트 그리드, 핀테크, 공유경제 등 모든 부분에서 선진국들의 선점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며, 제조업이나 정보통신 인프라가 부족한 신흥국들과의 격차를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가격을 인하해 경쟁력을 갖추는 방식은 이제 바람직하지 않고 대신 서비스를 더욱 혁신적인 방법으로 제공해야만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시대가 됐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공유 택시 기업인 우버는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가 없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미디어인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큰 소매업체인 알리바바는 물품 목록이 없고, 세계에서 가장 큰 숙박 제공업체인 에어비앤비는 소유한 부동산이 없다. 전기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는 더 이상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바퀴 달린 컴퓨터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가 열리고 위험과 불확실성이 예상되지만, 기존 틀을 깨고 창의적 기업 중심으로 새로운 가치창출과 새로운 시장이 제공되고 있다. 따라서 경제발전과 함께 산업의 구조전환이 불가피해지고 정부주도보다는 기업 주도로 추진돼야 한다. 신사업 진출 시 새로운 미래 기술을 선택해 자체 개발로 새로운 제품을 생산할 것인지 아니면 과감한 M&A로 조기에 신시장에 진출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 분야로 크게 사물인터넷(IoT), 로봇, 3D 프린팅,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드론, 5G 등이 꼽힌다. 이러한 기술 분야별로 주요 핵심 부품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5년 전만 해도 GPU는 게임이나 영상편집 등 멀티미디어 작업에서 CPU를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했지만 GPU가 인공지능 연구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이 확인되면서부터 주목받고 있다. 12개의 GPU가 2000개의 CPU와 맞먹는 딥 러닝 성능을 발휘한다. 또한 드론 산업분야에서도 각종 센서와 카메라 등과 같은 핵심 부품들이 있다. 향후 비행 기능만 갖춘 단순 놀이용 드론보다 카메라, 컴퓨터, 통신 모듈 및 센서 등을 탑재한 산업용 드론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중국이 전 세계 드론 산업을 주도하고 있지만 드론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핵심인 센서나 항공촬영을 도맡는 소형 카메라 등은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현재 중국 드론업체 DJI도 메모리을 포함한 국내 부품들을 사용하고 있다. 드론 한 대가 100만원이라면 몸체 가격은 20만원에 불과하고 나머지가 탑재되는 주요 핵심부품 가격이다. 향후 자율주행차 경우도 각종 통신모듈, 컴퓨터, 센서, 카메라, 배터리, 전장장비 등 주요부품 가격이 전체 재료비의 7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수많은 스마트폰 업체들 가운데 애플과 삼성만이 큰 이익을 내고 있지만 디스플레이, AP, 메모리, 이미지 센서 등 주요 부품업체들은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
또한, 운영체제 S/W를 제공하는 애플과 구글은 플랫폼을 장악하고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 ICT 산업의 특징은 완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핵심 부품을 만드는 것이 더욱 고도화된 기술을 요구하고 있고 경쟁력을 갖기까지 많은 시행착오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완제품 산업과 달리 핵심부품 산업은 경쟁에서 우위를 가지면 진입 장벽이 높아 다른 경쟁 업체들이 쉽게 진입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면,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20여 년을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는 것은 삼성이 잘하고 있는 이유도 있지만 부품 산업의 특성이 질적으로 고도화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이러한 IT 부품의 수출비중도 13.8%(2001년)에서 24.5 %(2013)로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사물인터넷 시기로 접어들면서 더욱 많은 부품 분야의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경제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파악해 전략적으로 우리의 현실에 맞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즉 미국, 독일, 일본, 중국과 유사한 전략을 우리가 추진한다면 매우 잘못된 일이다. 독일은 기계, 자동차 등 제조업 강국의 장점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의 혁신적 기술을 제조업에 접목하는 인더스트리 4.0을 국가 목표로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1위 IT 수출대국이다. 2013년 기준으로 8279달러로 우리나라(1769억 달러)의 4.7배에 달한다. 또한 ICT 내수시장 또한 3000억 달러로 미국 다음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중국은 대부분 컴퓨터, 휴대폰 및 전자제품과 같은 하드웨어에 관한 수출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매우 배타적인 내수 시장을 가지고 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로봇을 이용한 제조 경쟁력 향상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거대한 내수 시장과 축적된 S/W 기술 및 실리콘 밸리의 참신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자본력을 가지고 각 분야에서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전 세계 2% 정도의 작은 내수 시장과 축적된 원천 기술도 미약하고 기존 경쟁력이 있던 조선, 철강 분야도 경쟁 국가로부터 도전으로 경제력을 잃어 가고 있다.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 사태를 보면 화장품, 자동차, 스마트폰 같은 완제품은 자체 시장을 무기로 수입 제재 영향을 받지만 반도체, 디스플레이, OLED, 화학 등 중간 소비재 및 핵심 부품은 경쟁력만 있으면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황이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축적된 제조 기술과 우수한 산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 핵심부품 분야를 전략적으로 선택해서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과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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