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보람지수 키우는 `소셜임팩트`

홍윤희 이베이코리아 커뮤니케이션부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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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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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보람지수 키우는 `소셜임팩트`
홍윤희 이베이코리아 커뮤니케이션부문 이사


태어나자마자 척추에 암이 발견된 아이가 있었다. 의사들은 '이런 경우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지만 엄마는 포기하지 않았다. 대가는 컸다. 14번의 항암치료를 견뎌낸 아이는 하반신 마비가 됐다. 엄마는 계속 낯선 장애물에 부딪혔다. 어린이집 7곳은 '발로 차여도 책임 못진다'며 받아주기를 거부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휠체어, 도뇨관, 전기치료기, 경사로… 아이에게 필요하다는 어떤 물건들은 이름조차 생경했다. 무슨 단어로 검색해야 하는지, 어디서 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워킹맘'인 엄마는 이런 정보가 오가는 복지관이나 병원에서 귀동냥하기도 어려웠다.

엄마는 자신이 일하는 쇼핑몰에 의외로 이런 상품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검색어조차 생경한 건 어떤 장애인이나 마찬가지일 터. 오픈마켓에 있는 방대한 장애용품정보만 제대로 모아도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정보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획서를 만들고 이 부서 저 부서를 설득한지 2년째. 마침내 의료용품관을 히트시킨 상품기획자가 의기투합하면서 오픈마켓 최초로 장애용품관이 생겼다.

이것은 나와 우리 딸의 이야기다. 지난해 12월 옥션에 오픈한 장애용품전문관 '케어플러스'관이 그 결과물이다. 장애용품 불모지인 한국에서 용기있게 창업한 스타트업을 정기적으로 소개하고 연계 기부활동도 펼친다. 수동휠체어를 전동으로 바꿔주는 '토도드라이브'나 세계 최초 점자시계 '닷워치'가 케어플러스가 국내 오픈마켓에서 처음 선보인 상품이다.

최근에서야 이런 활동을 '소셜임팩트'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셜임팩트는 회사가 가진 역량을 통해 수익성은 낮지만 공익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활동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옥션-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누구나 상품을 팔 수 있고 국내 최다 상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는 점을 활용해 소셜임팩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한 비영리기구(NGO) 네트워크 행사에서도 IT 기업들이 자신들의 소셜임팩트 활동을 다수 소개했다. 에어비앤비는 자원봉사-여행을 결합한 '소셜임팩트 투어' 코너를 열었다. 페이스북은 재해, 테러 등이 발생했을 때 안부를 묻고 구호물자 전달을 쉽게 하는 서비스를 만든다. 이 자리에서 기업 사회공헌 트렌드도 소개됐는데, 공유가치창출(CSV)에서 소셜임팩트로 확대되는 추세라고 한다.

이 업무에 관여하면서 소셜임팩트는 사업과 많은 공통점이 있음을 알게 됐다. 우선 소셜임팩트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과 가깝게 연계돼 있을수록 지속가능성이 높고 영향력도 커진다. 이베이코리아가 지난해부터 재개한 장애유형별 판매교육의 경우 그동안 이베이코리아가 육성한 오픈마켓 판매교육생 수가 누적 32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많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제는 10여 년 전 옥션이 진행한 '장애인 창업스쿨' 졸업생 출신 장애인 판매자가 후배 장애인들에게 특별 강의를 할 정도다.

소셜임팩트은 사업의 일부이기 때문에 사용자 눈높이에 맞추는 게 중요하다는 점도 알았다. 케어플러스는 오픈 전 장애인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 인터뷰, 설문조사를 진행해 카테고리를 정하는 등 수요자 의견을 청취했다. 장애인 판매교육을 강화하면서 수화·자막통역사 지원이나 교육장 휠체어 접근성 표기 등이 추가됐고 이 같은 인프라 구축을 통해 더 자신감있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비즈니스던 소셜임팩트던 기업구성원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성과가 난다. 케어플러스를 열기 위해 많은 직원들과 얘기를 나눴는데, 많은 직원들이 '치매에 걸린 우리 할아버지' '다리를 못쓰시는 시어머니' 이야기를 꺼내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기업활동과 마찬가지로 소셜임팩트도 매일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다. 맞닥뜨린 비즈니스 상황과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들은 매일 새로운 상황에서 재부팅된다. 어쩌면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들이 아이가 커가면서 매일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지만 보람 있는 일이다.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기업 구성원의 보람 지수를 높이는 동시에 유의미한 사회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소셜임팩트 활동으로 선회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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