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일자리 창출' 힘실리며
LH 등 '비정규직 제로화' 추진
수주 감소·단기 프로젝트 대부분
민간건설사는 정규직 채용 '고민'
LH 등 '비정규직 제로화' 추진
수주 감소·단기 프로젝트 대부분
민간건설사는 정규직 채용 '고민'
문재인 정부의 1순위 정책인 '일자리 창출'에 힘이 실리면서 건설·교통업계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비정규직 최대 1000명을 정규직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국토교통부 산하기관들은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다만 민간 건설사들은 국내외 건설·부동산 시장이 안정적이지 않고 프로젝트 수주상황에 따라 채용 사정이 달라지는 업종의 특성상 정부 기조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두고 고민하는 모양새다. 업계는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국가가 나서서 인프라(SOC) 투자를 늘리고, 적절한 사업 대가를 지급해 기업들이 수익을 얻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9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부 산하기관 중 LH, 교통안전공단, 한국감정원 등이 비정규직 제로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LH는 이날 최대 1000명의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규직 전환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현재 LH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1분기 기준 1304명이며, 이와 별도로 청소·경비 등 파견과 용역을 포함한 간접고용 직원이 876명 정도다.
LH가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1000명 중 LH 자체 사업에 의한 비정규직은 30∼40% 수준이고 나머지 60∼70%는 주거급여와 전세임대주택 등 정부 위탁사업에 의한 조사인력 등으로 정부가 급여를 지급하는 인력이다. LH는 TF를 통해 구체적인 현황을 파악한 후 새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전환 관련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그에 맞춰 전환인력 규모와 방법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교통안전공단은 이사장 직속 일자리 창출추진단을 만들어 공단 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감정원은 120여 명의 비정규직과 파견·용역직원 정규직 검토에 들어갔다.
공공의 움직임과 달리 민간 건설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수주산업의 특성상 단기 채용이 불가피한 데다 최근 국내외 건설·부동산 경기 악화로 무조건 사람을 뽑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비정규직 수는 전체 직원의 3분의 1수준이다.
현대산업개발 41.2%, 현대건설 37.3%, 포스코건설 35.9%, 대우건설 33.3%, 롯데건설 27.5%, 현대엔지니어링 26.8% 등이다.
저유가에 따른 프로젝트 가뭄으로 해외 수주도 최근 크게 위축되면서 일감이 줄어듦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커녕 오히려 직원 수가 줄고 있다. 일례로 포스코건설은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해 브라질, 페루, 칠레, 과테말라, 에콰도르 등에 설립한 중남미 해외법인 12곳을 모두 정리했다. 해외 현장에서 정규 직원으로 채용되는 직원 수는 극히 일부에 제한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익명을 요청한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말레이시아와 아프리카 등 진출 국가에서 비정기적으로 프로젝트 수주가 이뤄지고 있으며 한번 수주를 하면 3∼5년간 프로젝트가 진행돼 현지에서 일할 수 있는 직원을 비정규직 형태로 고용하고 있다"면서 "다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현장 직원에 한해 정규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하며, 현지 일부 직원이 정식으로 입사시험을 치러 정직원으로 채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한시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인력을 정규직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SOC 등 인프라 투자를 견조히 해 시장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주고 무조건적인 예산 절감보다는 기업들이 사람과 기술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적정한 사업대가를 지급하는 게 필요하다"며 "해외 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등 산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앞장서서 만들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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