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수 칼럼] `천수답 경제`는 이제 그만

[예진수 칼럼] `천수답 경제`는 이제 그만
    입력: 2017-05-28 18:00
예진수 선임기자
[예진수 칼럼] `천수답 경제`는 이제 그만
예진수 선임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18일. 새 정부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주가가 큰 폭으로 치솟고, 수출 호조로 경기 회복의 청신호가 켜졌다. '최순실 게이트'로 초래된 장기 국정 공백과 경기 급락 등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은 확실히 물러갔다.

문제는 미래다. 정권 교체는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다. 개혁은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새 정부 초기에 아프고 괴롭더라도 미래세대를 위해 환부를 수술하면서 구조 개혁과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당선을 위해 쏟아냈던 포퓰리즘 공약을 과감히 폐기하거나 걸러내야 함은 물론이다. 언제까지 '만성적 위기병'을 안고 갈 것인가.

무엇보다 세계경제 환경이나 환율이 출렁거리면 바로 직격탄을 맞는 '천수답 경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28일 나온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신흥국 중 경제 위험도에서 '안전군'에 속해 있지만, 고위험군과 중위험군에 대한 수출 및 해외투자가 많아 상대적으로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외 경제 의존도는 80.8%였다.

미국은 대외의존도가 28.0%에 불과하고, 호주는 40.0%, 영국는 56.8%, 프랑스는 61.4%다. 한국 증시도 외국인이 태도를 바꿀 때마다 등락을 거듭한다. 우리는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리스크'의 충격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받는다. 사태가 진정되는 기미가 있지만, 최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불만을 품은 중국이 보복의 칼을 휘두르자 한국 경제는 큰 몸살을 앓았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인도와 남아메리카 등으로의 수출 시장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주력산업 위상이 추락한 한국경제는 벼농사에 필요한 물을 빗물에만 의존하는 '천수답' 신세다. 반대로 논의 지면이 다른 논보다 낮아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금싸라기 논을 '만냥판'이라고 한다.

이는 '항상 낮은 곳으로 임하라'는 노자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 시장 파이가 점점 커지는 경제 구조로 대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정치권,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만냥판'으로 내려가 겸허한 자세로 협상하는 '사회적 대협약' 체결이 절실하다.

대외 의존 체질을 혁신하고 일자리를 대거 확충하기 위해 지역 경제를 창조적으로 진화시켜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지방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도 지역 창생에 목숨을 걸고 있다. 한국도 지역 특성에 걸맞는 신산업군을 무섭게 키워, 그 효과가 부챗살처럼 뻗어 나가게 해야 한다. 14개 시·도 지역의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전략산업을 키우는 '규제 프리존 특별법'부터 하루 속히 통과 시켜야 한다.

일자리 확충과 대외 의존도 탈피는 동전의 양면이다. 내수 활성화의 전제조건은 민간 기업의 활력을 높이는 것이다. 개혁의 첫 단추를 잘못 끼면 잘못된 구조가 고착화하고, 결국 장기적 문제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 '공룡'처럼 몸집이 비대화된 공기업에 대한 수술 타이밍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철저하게 시장 경제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밝힌 레이건 대통령이 당선된 뒤 참모들은 모두 이 같은 원칙을 강조하기 위해 애덤 스미스의 얼굴이 그려진 넥타이를 매고 취임 리셉션에 참석했다. 시장 경제의 근간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4차 산업 혁명 시대 경쟁의 또 하나의 핵심 요소는 '시간'이다. 관료 불황이라는 말이 있다. 사업의 발목을 잡는 관료체제 때문에 우물쭈물하다 불황을 맞는 것을 뜻한다. 어떠한 외부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견조한 경제는 관료주도 경제체제가 아니다.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허들을 제거하면서 기업들이 펄펄 뛰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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