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ETRI 책임연구원, 시민참여연구센터 운영위원장
![[새정부 이렇게 혁신하라] `풀뿌리 혁신`, 사회적 경제와 함께 자란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05/2017052502102251788001[1].jpg "[새정부 이렇게 혁신하라] `풀뿌리 혁신`, 사회적 경제와 함께 자란다")
대선이 끝나고 새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첫 촛불집회 이후 6개월 넘게 내달려 온 정치·사회적 여정의 결과이다. '적폐'를 말하던 이들이 오히려 적폐로 인해 심판을 받았고, 촛불혁명의 열기는 이제 가라앉았다. 그러나 혁명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 이제부터 차분하게 해결해 가야 할 각 분야의 적폐와 근본적 혁신의 과제들이 우리 앞에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 모든 적폐와 혁신과제들이 한데 뒤엉키는 곳이 있다. 정치·경제·교육·환경 등의 분야가 서로 구분 없이 얽혀드는, 정책·실천운동·일상생활의 구분조차 모호해지는 용광로 같은 곳이 있다. 바로 풀뿌리 지역 현장이다. 신체 순환기능에 장애가 생기면 말단부위부터 문제가 드러나듯, 다양한 정책과 이슈·이해관계들은 지역 현장에서 전혀 다른 맥락 속에 부딪히며 다양한 문제를 드러낸다. 그래서 단선적 접근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고, 문제 해결에 다양한 자원들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혁신이란 기존 틀의 한계를 뛰어넘는 방법이자 그 결과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창조보다는, 다른 영역에 속한 기존 요소들의 창의적 결합 혹은 융합에 가깝다. 서로 다른 관점과 지식을 가진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 이질적 자원들의 결합이 역시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지역과 현장은 혁신이 발현되는 가장 소중한 공간이다. 그러나 배분과 지원이라는 중앙 중심의 대상화 시각에서는 이 공간이 밑 빠진 독처럼 치부돼 온 것이 사실이다.
전 정부에서 추진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여러 한계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이것 하나는 분명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바로 혁신의 현장을 중앙에 가두지 않고 지역 속에 가져다 놓았다는 점이다. 여전히 할당·배분의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가 있고, 현장에 대한 확산과 공유의 과제들도 남는다. 그러나 이는 중앙정부의 정책 추진이 갖는 일반적 한계이기도 하다. 이를 넘어서는 해답은 결국 지역의 자생성에서 나와야 한다. 그 중요한 몫을 담당할 주체들이 바로 지역 내 시민사회조직과 사회적경제 조직들이다.
2년 전 일이다. 대전지역 시민사회조직들과 대학, 출연연이 공동으로 대전 2개 동과 충남 1개 군 대상으로 지역사회문제 발굴 활동을 수행했다. 지역별로 20∼40건의 사회문제들이 도출되어, 유사 이슈들을 통합하고도 72건의 사회문제 해결과제들이 정리됐다. 환경 분야가 가장 많았고, 사회통합, 주거·교통 등이 뒤를 이었다. 대부분 복합적 문제 해결 접근이 필요했고, 과학기술적 해결이 필요한 사회문제도 70%에 달했다. 지역과 공동체의 관점에서 문제를 들여다본 시민사회조직의 참여가 있었기에 얻을 수 있었던 성과였다.
문제 해결과 확산의 측면에서도 지역사회조직들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울 상도 3동·4동 지역의 성대골 사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어린이도서관을 중심으로 절전소 운동이 시작됐다. 그 결과로 서울시 환경대상을 수상했고, 지역 구성원들의 관심 속에 적정기술 운동과 마을 에너지축제까지 이어졌다. 마을기업과 햇빛발전협동조합도 설립됐다. 자체 강사양성을 통해 인근 학교에서 생태에너지 수업도 진행했다. 문제 학생이 많던 이 학교는 마을활동과 결합하면서 혁신학교의 모범사례가 됐다. 한편 어린이도서관 하나로 시작됐던 지역공동체조직은 작년 중반 기준 17개로 확대됐다. 작은 실천운동으로 시작된 활동이 다양한 지역자원들을 엮어내며 지역 환경 전반과 교육까지 바꾼 사례다.
물론 위 사례들은 다양한 현실의 한 단면일 뿐이다. 풀뿌리 혁신이 글처럼 쉬울 리 없다. 무엇보다 경험의 축적을 담당하는 지역 주체의 형성 없이는 잠깐 쌓은 혁신의 성과마저 쉽게 무너진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바로 시민사회조직과 사회적경제 조직이다. 풀뿌리 혁신의 성과가 한때 반짝한 후 사라지지 않고 지속적인 사회적 서비스로 정착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개개인의 선의에 의존하는 활동은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한계를 가진다. 풀뿌리의 사회적 성과를 경제적 요소로 전환해 선순환과 재생산, 확장의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경제 조직이다. 이들의 성장과 풀뿌리 혁신이 함께 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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