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환 ETRI 책임연구원
![[디지털산책] 성큼 다가온 `무인 시대`](http://contents.dt.co.kr/images/201705/20170524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성큼 다가온 `무인 시대`")
사람과 생물이 주체인 인류역사에 과학기술 발전으로 사물과 기계가 공존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축구장 28개 크기의 아마존 러스킨(Ruskin) 물류센터에는 전세계로 배송될 상품을 선택하고 운반하는 작업을 피커(Picker)와 키바(Kiva)라는 로봇들이 담당하고, 사람은 빅데이터 분석으로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하고 있다. 제조업의 조립공정에도 대부분 산업용 로봇이 투입되어 과거 10명이 하던 일을 1명으로 가능하게 되었고, 미래에는 사람조차 필요 없는 장치가 상용화될 것이다. 즉 기계화, 자동화를 넘어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분야까지 확산돼 이른바 무인공장, 무인관리, 무인점포, 무인은행, 무인자동차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기계와 로봇이 생산과 제조의 대부분을 대체할 것으로 예측했고, 창조적 업무와 상황에 따라 요구사항이 달라지는 서비스는 사람의 영역으로 믿어 왔다. 하지만 인공지능, 머신러닝, 자율장치의 고도화와 상황인지 컴퓨팅을 통한 실시간 인터랙션으로 취향에 맞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되었다. LA타임스, AP통신 등은 사람이 아닌 SW 알고리즘을 활용해 기사를 작성하고, IBM 왓슨은 인지 컴퓨팅과 학습기술로 암진단 솔루션을 제공하며, 구글과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를 '움직이는 자율주행 컴퓨터'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성, 효율성, 편리성을 가져다주는 무인시대를 앞두고 문제점과 개선점은 무엇인지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로봇이 작성한 원고는 오류 없이 속도가 빠르고 비용도 저렴하며, 게다가 맞춤형 기사로 제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사회현상에 대해 '왜, 어떻게'를 제기하거나 이슈를 분석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음식, 주거, 의류, 결혼, 직업 등의 주제는 사실 그대로 작성되었더라도 문화, 종교, 관습에 따라 받아들이는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급상승 검색어로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조작해 특정 기사를 무단으로 전재 및 복제하고 유사 주제로 반복 게재하는 어뷰징(Abusing)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의료에 적용된 암진단 인공지능과 로봇수술은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학습하여 철저하게 분석하고 정밀하게 치료할 수 있다. 직관과 경험에 의존하는 일부 의사의 편견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치료방법 권고에서 왓슨과 의사의 판단이 일치하지 않는 비율이 5%로 알려져 있으므로 생명을 다루는 의술로서 더욱 정확한 진단이 요구된다. 한편 증거 기반의 의료정보를 이용하기 때문에 기존 데이터에 오류가 있는 경우, 과거 자료 없이 새롭게 발생한 희귀질병에 대해서는 오히려 의료사고를 유발시키거나 의미 없는 처방치료를 제시할 수도 있다.
카메라와 각종 센서로 주행에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여 자율적으로 운행되는 차세대 전기자동차는 이동, 운송, 교통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주거공간과 도시계획을 변화시키는 파괴적인 기술의 융합이다. 반면에 기계, 센서, GPS, 네트워크 등에 오작동과 해킹 우려가 있고, 천재지변 등 예상치 못한 상황에 원치 않는 자율주행으로 사고를 유발시킬 수도 있다. 특히 돌발적인 충돌사고를 감지하여 탑승자가 피할 것인지 보행자를 구할 것인지 순간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윤리적 딜레마(Trolley Problem)'에 대해 자신이 당사자가 되면 이기주의와 공리주의가 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인시대는 거역할 수 없는 커다란 변혁이므로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 지체하기보다 오히려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민감한 고용문제는 근로시간 단축, 분배구조 개선, 조세제도 및 복지정책 등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무인시대에 현안이 되는 모든 사항들을 드러내고 기술혁신과 법제도를 통해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은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면서 더 좋은 성과를 창출하고 국가와 국민이 더 많이 향유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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