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한국기술벤처재단 이사장, 전북대 석좌교수
![[DT광장] `프로젝트형 연구기업` 집중 육성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705/2017052302102351607001[1].jpg "[DT광장] `프로젝트형 연구기업` 집중 육성해야")
매년 1월이면 전자제품을 중심으로한 국제가전전시회(CES)가 라스베가스에서 열리고, 3월에는 바르셀로나에서 서비스와 기반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모바일전시회(MWC)가 열린다. 올해에는 인공지능(AI)로봇과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자율주행 자동차뿐 아니라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용한 의료서비스가 큰 관심을 끌었다. 의료기기는 매년 상해(CMEF), 독일(Medica), 일본(IMEC통합의료전), 두바이에서 국제전시회가 열려 기술력과 제품력을 소개하고 평가를 받는다. 2500여 기관에 10만 명 이상이 참관한다.
의료기기는 국민생명과 직접 연계되어 있어 성능이 좋고 신뢰할 수 있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병원에 갔을 때 가장 먼저 접하는 의료기기는 X레이, 초음파, MRI, CT, 내시경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기의 중요 부분은 저명한 외국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의료용 디스플레이'는 외국산에 비해 성능도 좋고 색상도 더 선명하지만 사용하지 않는다. 국산으로 수십만 원하는 디스플레이가 수천 만원에 거래된다. 브랜드에 해당하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 가며 외국산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국내의료기기 시장은 고위험 고수익을 내는 의료기기 개발에는 관심을 두지 못하고, 덜 중요한 부품에 참여하고 치열한 경쟁으로 저가격에 경영도 힘들어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국내 의료진은 국내 의료기기가 값도 싸고 성능도 좋고 다루기도 쉽다면 사용해 줘야,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발전해 나갈 수 있고 그 혜택이 국민 모두에게 되돌아갈 수 있다.
CMEF 의료기기전시회를 둘러보면, 의료기기의 트렌드와 성장속도,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가야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고, 전시기법도 관찰된다. 전시관 어디에 자리를 잡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돈이 있다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력과 미래 비젼을 보여줘야 좋은 부스를 받는다. 엊그제까지 만해도 맨 뒤에서 초라한 부스를 차렸던 중국기업이 엄청난 속도로 규모를 키우며 부스를 조금씩 전진 배치해 오다가 이제는 세계 1위권 옆에 비교 전시되고 있다. 중국정부가 지멘스(Siemens), 올림푸스(Olympus) 같은 일류기업을 따라잡도록 자국 기업에 구매와 인증을 적극 지원해 준 덕이라고 한다. 의료기기 산업은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같다.
우리 기업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전까지는 글로벌 기업이 관심을 가질만한 부품이나 모듈을 개발하여 공급하다가 이후 영역을 넓혀 나가는 확장전략을 구사해 나가야 한다. 한마디로 의료용 디스플레이나 복강경 기기 등을 개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의료진은 단순하고 작동이 편리하고 고화질을 지닌 매력적인 의료기기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 점에 역점을 두고 개발해야 한다. 정부가 R&D를 지원할 때에는 국산화로 연결되는지 확인하고 국산화 진전도를 보아가며 지원해 주고, 의료진과 함께 개발해 나갈 때 가점을 주면 효과적이다. 개발된 제품은 연구중심병원에서 우선 구매하여 판로를 열어주고, 상품화 5년 전후부터 적정 기술료를 내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면 큰 힘이 된다.
의료기기는 기기를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모듈형태로 어쩔 수 없이 계속 구매하지 않기 위해서는 걸맞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춰야 한다. 작지만 기술력을 보유한 프로젝트형 연구기업을 적극 육성해 나갈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이 있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처방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외형적인 모습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그 속에 숨어있는 불편한 진실을 찾아내 개선해 나가면 머지않아 우리 의료기기산업도 세계 속에 우뚝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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