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 일자리대책의 `공정 조건`](http://contents.dt.co.kr/images/201705/2017052202102351607001[1].jpg "[시론] 일자리대책의 `공정 조건`")
새 대통령의 인기가 거의 하늘을 찌르는 듯하다. 단지 대통령의 취임사만 감동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취임 전후의 대통령과 그 가족의 행보는 박근혜정부에서는 구경할 수 없던 신선함으로, 사람냄새가 나는 친근함으로 청년들을 열광케 하는 듯하다. 특히 새 대통령의 첫 번째 업무지시가 일자리대책마련을 위한 '일자리 위원회'설치였음은 민생을 최우선으로 살피는 모습이어서 더욱 뭉클했다. 이런 모든 감동과 기대가 단순히 정권초기의 일장춘몽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지속가능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과거정권에서 끊임없이 반복돼왔던 초단기 전시성 억지 성과를 행정명령으로 짜내는 과오를 또다시 범해서는 안된다.
'일자리 위원회'가 일자리 숫자에 집착하는 순간, 이 모든 노력이 또 다른 전시행정으로 전락하는 것은 정해진 순서다. 물론 경기가 심각한 침체기일 경우, 과거 미국의 뉴딜정책과 같이 대규모 공공투자를 통한 경기활성화정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공공투자를 통한 경기활성화정책이 곧바로 민간부문의 수요확대와 투자확대로 이어져 실물경제의 선순환구조를 촉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정부에서 숱하게 시도되었다가 예산만 허비하면서 중단된 엉터리 일자리정책으로 끝나버린 이유는 정부가 만든 공공일자리가 민간부문의 수요확대와 투자확대로 연결되지 않는 일회성의 전시성 억지 일자리들이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역할도, 지속가능성도 없는 억지 공공일자리를 만드는 형태의 엉터리 일자리정책이 반복될 경우, 청년실업자들의 절망은 구조적으로 더욱 고착화되는 지난 정부들의 과오가 재연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지속가능성이 있는, 좋은 일자리의 원천은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민간기업이 만들어내는 일자리다. 공공부문의 일자리가 '신의 직장', 혹은 '신도 모르는 직장'으로 되어있는 사회는, 예외 없이 시장실패와 정부실패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위태로운 사회다. 근대 시민사회 이후, 정부와 공공부문의 존재 이유는 시장의 실패를 교정하기 위해서다. 즉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고 평가되는 시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데 장애가 되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것이 정부와 공공부문의 역할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공공부문이 새로운 가치창출의 원천인 시장과 민간부문에 군림하는 순간, 그 경제는 쇄락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전체 인류역사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따라서 새 정부 일자리 대책의 초점은 새로운 가치창출의 원천인 민간부문에서의 노동수요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경제여건과 또 이러한 노동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수준 높은 인력양성 및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한다.
기존의 공정하지 못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거래관행을 바로잡는 공정거래정책은 우리경제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필수적인 조치다. 그러나 대기업을 포함한 민간부문의 투자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노력은 없이 일자리확대를 운운하는 것은 결국 지속가능성이 없는 공공부문의 억지 일자리 짜내기에 불과하다는 것은 지난 정권의 반복된 경험에서도 확인된다.
결국 실효성 있는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창출을 위해서는 민간부문의 신규투자와 그에 따른 신규노동수요를 촉발할 수 있는 경기활성화정책이 선행돼야 한다. 또한 이렇게 발생하는 신규노동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인력양성을 위한 직업재교육체계구축과 함께, 실업자들의 직업재교육 이후 재취업까지의 최저생계를 보장해주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노력이 급선무다. 공공부문의 신규일자리창출의 대부분은 바로 이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노력에 집중하고, 나머지의 정책노력은 민간부문에서의 노동수요를 촉발할 수 있는 경기활성화정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일자리위원회가 해야 할 사명이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규제를 넘어서서, 크기 때문에 무조건 규제하는 잘못된 공정거래정책에 의해 대기업의 신규투자를 위축시키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자리가 아니라, 정부예산만 낭비하는 억지 공공일자리창출에 집착하는 과거정부의 일자리정책을 반복한다면, 신정부의 업무지시 1호는 청년실업을 더욱 고착화시키면서, 신정부의 몰락을 촉진하는 첫 번째 정책과오가 될 것이다.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단순히 크기 때문에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룰을 설정하면서, OECD 평균수준의 균형 잡힌 누진세제 도입을 통해 확보된 세수로, 효율적인 직업재교육제도를 포함한 작동하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일자리위원회와 신정부가 전념해야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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