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
![[DT광장] 아직 갈 길 먼 경기회복의 새순](http://contents.dt.co.kr/images/201705/2017052202102351033001[1].jpg "[DT광장] 아직 갈 길 먼 경기회복의 새순")
1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이 놀라운 실적을 올렸다. 전기대비 0.9% 상승으로, 당초 낙관적 예상이었던 0.7~0.8% 상승률마저 상회하며 지난해 2분기를 빼고는 2014년 3분기(1.3%)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은 물론 최순실 사태와 대통령 탄핵 등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이 우려를 자아냈지만, 정작 경제성적은 기대 이상의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3월 전후부터 한반도 안보문제가 쟁점화되면서 중국의 사드보복이나 대외신인도 실추 등의 부담도 컸지만, 당장에 가시적 영향은 확인되지 않는다. 4월에도 우리나라의 수출(통관기준)은 전년동월대비 24.2%나 증가하면서 역대 2위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이 올해와 내년의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을 각 0.1%포인트 상향조정하는 등 국내외 주요기관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눈높이를 상향하는 움직임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비단 우리만이 아니다. 가령 최근 들어 국내 경제에 가장 영향력이 커진 중국 경제도 1분기 중 전년동기대비 6.9%의 높은 성장률을 올린 바 있다. 이와 맞물려 IMF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을 3.4%에서 3.5%로 상향조정하면서 '오랫동안 기다렸던 순환적 회복', 특히 교역과 투자, 제조업 주도의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경기회복의 '새순'이 반가운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그 함의를 확대해석하기 곤란하다. 경제성장이 대부분 수출이나 투자, 그리고 제조업에 국한되고 있을 뿐, 소비나 서비스업 등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이른바 '불균형의 성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경기회복 모멘텀을 견인하는 수출 증가가 대부분 가격효과에 의존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올해 수출 증가는 석유화학(전년동기대비 36.0% 증가), 석유제품(57.9%), 반도체(45.6%)가 주도했다. 각각의 수출비중(8.5%, 6.4%, 14.9%)을 감안하면 전체 수출 증가율(17.2%)에 대한 기여도가 13.6%포인트에 이른다. 이는 주로 수출가격이 상승한 영향이다. 가령 석유화학·제품의 경우 기초원료인 원유 가격(WTI 기준)이 1~4월 중 전년동월대비 월평균 67% 상승했고, 반도체 역시 주요 수출품목인 D램 현물가격이 82.3% 급등했다. 이런 가격효과를 제외하면 실제 수출물량 증가는 극히 미미하거나 오히려 마이너스다. 그 결과 외견 상의 양호한 실적에도, 물량(중량) 기준 수출 증가율은 4월 중 전년동월대비 8.2% 하락하면서 올 들어 월평균 고작 1.2% 상승하는데 그쳤다.
다만, 가격상승 효과는 적어도 해당기업에는 상당한 실적 호재가 된다.
최근의 반도체 중심의 설비투자 증대는 이 덕분이다. 시장수요 회복보다는 세계 선도업체로서의 경쟁력에 기반해 반도체 업체들이 설비투자를 늘린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 증대는 자본재 수입 증대로 이어져 경제성장률을 차감시키게 된다. 이런 영향은 석유화학·제품에서 더 크다. 내수까지 포함해 원유 수입액이 급증한 탓이다. 그 결과 수출 이상으로 수입이 늘어나, 1분기 경제성장률(전기대비 0.9% 상승)에서 순수출의 기여도는 0.7%포인트로 떨어졌다. 결국 설비투자(성장기여도 0.4%포인트)와 더불어 지난해 이후 분양증대 효과가 큰 건설투자(0.8%포인트)가 성장을 견인했던 것이다. 민간소비도 0.4% 성장(성장기여도 0.2%포인트)했지만, 해외여행 등 국외소비 증가의 영향이 큰 탓에 역시 대부분 수입 증가로 빠져나간다.
이처럼 반도체와 석유 관련 산업에 편중된 경기 흐름은 1분기 제조업이 25분기 만에 최고 성장세를 올린 데서도 확인된다. 제조업 성장기여도는 0.5%포인트에 달했다. 반면 서비스업은 32분기 만에 최저인 0.1% 증가에 그쳐, 경제성장에 전혀 보탬이 되지 못했다.비록 불균형 성장이더라도, 이런 경기회복의 새순이 마중물이 되어 전체 경제를 선순환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최근의 경기회복 동력들은 대부분 국내 경제성장률이나 내수 측면에서 산업연관효과가 크지 않은 것들이다. 불균형 성장의 경기 파급력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가령 2013년 산업연관표 기준으로 수출이나 투자의 부가가치 유발계수는 0.541, 0.733으로 소비의 0.785를 하회한다. 또 산업별로도 제조업의 부가가치 유발계수는 0.534로 전체 산업평균 0.687을 크게 하회한다. 그나마 건설업이 0.704로 평균을 상회하지만, 서비스업의 0.818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다. 보다 세부적으로 제조업 중 반도체가 포함된 전기·전자기기 분야의 경우 부가가치 유발계수는 0.524에 그치고, 석유화학은 이보다도 낮은 0.478에 그친다. 나아가 내수와 연관성이 큰 고용유발계수도 전기·전자기기는 4명, 석유화학은 4.3명에 그쳐, 전체 평균의 8.8명을 크게 밑돈다.
또한 이러한 불균형 성장세의 지속 여부조차도 의문표가 붙는다. 우선, 가격효과의 취약성이다. 특히 유가의 경우 추가 상승여력이 억제된 상황에서 전년대비 유가 상승효과는 2분기 이후 점차 약화될 수 밖에 없다.
물론 반도체는 당분간 가격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역시 하반기 이후에는 자신하기 힘들다. 게다가 그동안 부진했던 교역이 회복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강도는 크지 않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가령 IMF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향하면서도 교역증가율 전망은 3.8%로 동결했고, 나아가 내년 세계교역 전망은 당초 4.1%에서 3.9%로 오히려 하향조정했다. 가격효과를 제외한 세계수요 증가의 눈높이가 낮춰진 셈이다. 세계적으로 정치·지정학적 리스크나 보호무역의 기승에 따른 부담을 경계한 탓이다.
이제 국내 신정부가 출범했다.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활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이처럼 경기회복의 새순에 편승해 적극적인 경제정책 운영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자칫 부실 심화 등 취약성의 누적으로 귀결될 위험도 존재한다. 지금은 오히려 경기회복의 파급력을 제고하고 지속 가능한 회복을 기약하는데 정책 에너지를 집중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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