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한국화학연구원 대외협력본부장
![[새정부 이렇게 혁신하라] 출연연 `연구혁신 시스템` 손질하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705/2017052202102251788001[1].jpg "[새정부 이렇게 혁신하라] 출연연 `연구혁신 시스템` 손질하자")
우리나라에는 산업체 투자가 부족한 원천기술개발이나 국가가 감당해야 하는 거대공공분야의 연구개발을 주요 임무로 하는 25개의 정부출연 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이 있다. 이들은 별도의 법인형태로 존재하나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단일이사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2016년 말 기준 총 인원 1만5899명이 총 예산 4조9000억원을 사용하고 있다. 자동차, 조선, 기계, 화학, 반도체 산업 등 주력산업의 성장은 출연연의 기술과 정책, 배출 인력이 큰 역할을 했으며 연구개발 인력, 장비·시설, 지식창출의 축적기반을 구축하며 1세대 연구개발체제를 형성했다.
1996년 도입한 '과제관리중심제도'(PBS)는 과제별 연구관리, 연구책임자 권한 강화, 산학연 경쟁, 출연연의 출연금 축소, 과제별 양적 성과가 강조되는 2세대 연구혁신시스템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단기성과주의와 산학연 경쟁 구조가 심화하면서 소규모 과제의 과도한 증가, 출연연 간 연구주도권 경쟁, 대학과의 과도한 긴장을 초래했다.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국가사회문제가 확산하고 있으나 출연연의 구조적 여력이 부족했다. 기관별 발전 전략, 연구포트폴리오 전략, 출연연 융합연구 확대, 중소기업 기술혁신역량 강화지원 노력 등을 통해 3세대 연구혁신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으나 PBS 중심 연구혁신시스템의 한계가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와 한계는 기존 연구혁신시스템의 분산적이고 점진적인 개선노력만으로는 해소할 수 없다. 출연연의 연구와 혁신 방식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며, 중장기적으로 시스템 자체를 지속 가능한 4세대 연구혁신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과 행동이 필요하다.
첫째, 출연연은 대학이 못하거나 기업이 안 하는 대형프론티어 원천연구와 국가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에 집중하면서 임무를 재정립해야 한다. 소규모 과제를 놓고 대학과 경쟁하거나 기업성장 및 신산업 창출에 도움이 안 되면서 논문, 특허를 양산하는 연구는 중단해야 한다. 온실가스, 미세먼지, 화학물질, 신종질병, 조류독감 및 구제역, 지진, 재해재난, 고령화 등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다양한 국가사회문제에 대해 과학기술적 해결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출연연은 세계적인 연구그룹의 육성과 인재 양성의 저수지 역할을 해야 한다.
둘째, 원천연구와 사회문제해결 연구가 출연연 간 벽을 허물고 융합협력연구의 형태로 확대될 수 있도록 융합연구프로그램의 확충, 공동연구센터 설치, 사회문제 총괄대응체계 구축,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차원의 통합적 운영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셋째, 출연연은 내부의 공간과 인프라를 개방하고 대학, 기업 이외에 국민, 시민단체, 지자체, 사회적 경제조직 등이 참여하는 분야별 협의체를 다양하게 구축하면서 데이터기술을 연계하여 분야별 지능형 혁신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넷째, 직관적이고 개별화된 정책이 아닌 데이터 및 증거기반 과학기술혁신정책, 개별 기술보다 시스템 전환을 중시하는 혁신정책, 4차 산업혁명과 신기후체제 하의 산업구조 혁신, 기술과 제도의 연계 발전이 중요한 시기다. 출연연의 다양한 지식기반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중심으로 묶고 인문사회 정책역량과 결합하면 전략적인 씽크탱크 역할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신정부의 과학기술정책, 산업 및 사회정책, 출연(연) 관련 제도의 개선은 이러한 전략적 지점을 놓치면 안 될 것이다. 출연연의 연구목적기관화, 국책 연구개발과제 통합·대형화, PBS의 점진적 폐지 및 연구관리 규정의 표준화, 국가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 투자 대폭 확대, 연구회와 출연연의 실질적인 통합운영 거버넌스 구축, 예산자율권 보장, 국민을 포함한 다양한 혁신주체의 참여가 가능한 개방형 연구혁신프로그램 확충, 위험 및 가치평가 제도 도입, 창의적 인재 육성 프로그램 확대 강화 등은 실타래처럼 연결된 의제들이다.
출연연 혁신방식 혁신의 출발점은 자기 주도적 실천의 자세다. 출연연과 정부, 관련 혁신주체들의 시대적 사명과 헌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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