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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이렇게 혁신하라] 대학혁신, `전제`부터 뒤집어라

한경희 연세대 공학교육혁신센터 교수 

입력: 2017-05-18 18:00
[2017년 05월 19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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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이렇게 혁신하라] 대학혁신, `전제`부터 뒤집어라
한경희 연세대 공학교육혁신센터 교수


모처럼 대통령의 빈자리가 채워지고 국민 대다수가 새 희망에 부푼 이때, 나도 마음껏 한국 대학의 새로운 모습을 상상해 보기로 했다. 몇 번이나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월급을 쪼개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아도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나라, 좋은 대학을 가지 못했다고 우울증에 걸리거나 수행하듯 재수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어렵게 대학에 들어가 곧바로 취업준비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학생들과 만나고 더 나은 강의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일이 연구비 확보나 논문 쓰는 일만큼 존중받는 대학, 대형국책사업 수주에 대학의 사활이 걸려있다는 이야기를 덜 듣고 세계 대학 순위가 발표될 때마다 주눅이 들지 않아도 되는 직장, 그런 대학을 꿈꾼다.

한창 상상의 나래를 펴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런 일들이 왜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걸까? 이유는 있다. 모든 정부가 새로 들어서는 순간 교육개혁, 대학개혁을 외치며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활용해 왔지만,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하는 듯 보이는 경우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도 교육정책과 관련해 대학입시 단순화, 고교 서열화 해소, 학제개편, 국립대연합체제 개편 등 다양한 분야의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걱정이 앞서기 시작한다. 왠지 전 정부들의 실패가 반복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든다. 왜냐하면, 이전 정부들이 번번이 대학개혁에 실패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그 원인을 제대로 짚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습관처럼 남아있는, 몇 가지 대학정책 실패의 관행과 그 원인이 되는 기본 전제들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서열화는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대개 서열화는 나쁜 것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이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려는 움직임엔 이해가 간다. 하지만 방법이 잘못됐다. 엄밀히 말해 서열화는, 잘 알려진 익숙한 방식대로 성공과 출세를 추구하려는 개인들의 욕망, 입학성적에 따른 명성으로 쉽게 이득을 보는 대학들, 수고도 없이 얼마든지 우수한 졸업생들을 선택할 수 있는 대기업 등이 공동으로 빚어낸 결과물이다. 인위적으로 서열화된 외형을 없앤다고 정말 사라지게 될까?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 고교 서열화나 대학 서열화가 정말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것이 획일화된 교육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같은 잣대로 교육하고 평가하기 때문에 서열화가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확대된다. 정부는 결과로서의 서열화가 아닌 그 원인에 집중해 중장기적 대학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산학협력이 대학정책의 본질이 돼서는 안 된다. 꽤 오래전부터 거의 모든 정부의 대학지원 프로그램들이 한결같이 산학협력을 목표로 삼아 왔다. 본래의 정책 목적이 실현됐다면 지금쯤 국내의 산학협력은 세계 최고 수준에 다다랐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왜일까? 대학과 기업 상호 간의 필요가 서로 부합하지 않고 협력의 플랫폼이 인위적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다가 결혼할 수는 있지만 결혼하려고 사랑에 빠지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번 정부는 상식과 원칙을 중요하게 여긴다니 매우 기대된다. 21세기 대학은 개인, 지역, 국가, 세계의 구체적 이슈와 결합하고 미래의 도전과 상상을 격려하고 실험하는 사회혁신 생태계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셋째, 정부가 대학개혁의 주체로 역할 하려는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물론 그럴 의도가 있었다고 시인할 정부는 없다. 하지만 대학에 관한 제도적, 물적 자원 배분을 주도하면서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지금까지 한국의 대학은 정부를 필요로 했고 정부는 이를 미끼로 대학을 통제하면서 사실상 밀월 관계를 키워왔다. 그 결과 과연 한국 대학에 자생력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까지 와 있다.

정부는 인재 양성의 가치, 미래 발전의 방향성을 염두에 두고 대학을 지원해야 한다. 임기 내에 그 성과를 보려고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대학은 그러한 지원과 신뢰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 탓을 멈추고 학생, 학부모, 교수 등 대학 구성원들, 그리고 지역과 주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모방과 추격자 모델을 바탕으로 한 교육 시스템을 개혁하고 창조와 선도자 모델을 이끌고 새로운 사회 혁신의 생태계를 조성할 인재를 양성하고 연구할 새로운 대학의 포지셔닝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대학이야말로 창의적 도전과 실패가 용인되는 새로운 실험의 플랫폼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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