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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좋은 규제`로 산업 균형성장 길 터라

 

입력: 2017-05-17 18:00
[2017년 05월 18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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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규제개혁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주요 선진국들은 이를 핵심 정책과제로 추진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산업과 사회가 광속도로 변하면서 과거의 규제가 현실성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는 상황에서 규제개혁에 지지부진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산업계가 도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7일 '영국, 호주 규제개혁정책의 시사점' 보고서를 내놓고, 지속 가능한 규제개혁 추진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으면 선진국과의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9년 98위였던 세계경제포럼(WEF) 규제경쟁력 순위가 작년 105위로 100위 밖으로 밀려났다. 같은 기간 영국이 86위에서 25위로 급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순위가 이렇게 떨어진 것은 우리나라가 2014년 7월부터 규제비용총량제를 시범 운영하는 등 규제개혁 기치를 내걸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WEF의 규제경쟁력 순위는 통계적 지표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체감지수를 반영해 산출하는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규제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정부는 규제비용총량제를 도입하기 위해 작년 7월 총리훈령인 '국민부담 경감을 위한 행정규제 업무처리 지침'을 공표했지만 법률을 통해 도입하는 방식에 비해 효과가 적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 상당수 규제가 규제비용총량제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2014년 7월부터 작년 1월까지 시범사업 기간 규제비용총량제에 따른 비용분석이 이뤄진 규제는 전체의 11%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영국은 2010년에 1건의 규제를 도입할 때마다 기존 규제 1건을 없애는 '원인 원아웃' 제도를 도입했고, 지난해부터 새 규제 3배에 해당하는 기존 규제 개혁 의무를 부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취임 직후 신규 규제 도입 시 기존 규제 2건 이상을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호주는 2013년 9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30억달러(약 2조5000억원)의 규제비용 절감목표제를 실시해 48억달러(약 4조2000억원)를 절감했다. 일본은 지역 단위 규제개혁을 위해 '국가전략특구법'을 제정, 복합적인 규제에 대한 덩어리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각국이 이같이 규제개혁에 경쟁적으로 집중하는 것은 대규모 재정지출 없이도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해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융합과 혁신의 시대에 우리 사회와 산업이 균형적 성장을 이뤄내려면 규제혁신에 속도를 내야 하고 꼭 필요하다면 '규제를 위한 규제'가 아니라 산업과 사회의 균형적 발전에 도움이 되는 '좋은 규제'를 만드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전방위적인 개방형 혁신과 열린 협업이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한 기본 요건이 되는 시대에 기업들을 강자와 약자로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큰 기업을 규제하면 작은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보다는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이 상생과 협업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간접적인 지원과 유도정책을 펴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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