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대표
![[시론] 암운 드리운 `인터넷 금융`](http://contents.dt.co.kr/images/201705/2017051702102351607001[1].jpg "[시론] 암운 드리운 `인터넷 금융`")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지난 정부가 의욕을 갖고 추진해 온 인터넷은행의 앞날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지난달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케이뱅크는 예상외로 순조로운 가입자와 기대 이상의 대출실적으로 크게 고무됐으나 문재인정부가 개정을 거부하는 은산분리의 원칙에 따라 시작부터 불확실성에 흔들리고 있다.
국내은행들은 전산시스템의 운영에 매년 수 천억 원을 사용하고 있고 고위험대출이 늘면 은행의 건전성 평가기준인 BIS 비율에 맞춰 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한다. 정부가 기존은행들이 외면한 중위험위 고객의 대출을 인터넷은행이 해주기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은행은 위험도가 더 높은 대출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출범 당시의 자본금으로는 정상적인 은행을 영위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행 은행법상 비금융 기업들에 대해선 금융위원회 승인을 얻어 10%까지 가능하지만 4% 초과분은 의결권이 없는 소위 은산분리원칙이 증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은산분리 또는 금산분리의 원칙은 기본적으로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의 지배를 금지하고자 하는 것으로 경제의 공정한 발전을 위해 도입된 원칙이지만 그간의 시대변화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수 십년간 금융산업의 혁신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자본시장에 돈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켜 온 것이다. 한 예로 전세계에 중앙정부가 발행한 물리적 화폐는 약 5조달러에 불과하지만 금융이 만든 광범위한 화폐의 총량은 80조달러가 넘고, 파생상품은 630조달러에서 1200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결과 자본시장에 돈의 공급은 수요를 초과해 금리가 계속 하락하는 론(대출) 세일의 시대를 맞고 있다. 이는 과거 자금의 확보가 기업의 성과에 가장 중요하고 금융조달비용을 얼마나 낮추느냐가 기업의 생사를 좌우하던 시대와 정반대의 현상이다. 한 예로 사업경험이 없는 젊은이들도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클라우드펀딩을 통해 즉시 자본조달비용이 제로에 가까운 자금을 조달하는 시대가 됐고 우량대기업들은 해외에서 국내보다 더 싼 이자의 자금을 얼마든지 조달할 수 있는 금융글로벌화가 되어 있다.
핀테크는 기존의 금융의 산업경계를 급속하게 허물고 있다. 한 예로 많은 중국의 알리바바는 중국의 광군절 하루 세일로 20조 의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하루에 많은 판매량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들이 단기간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물품을 생산 내지는 조달이 가능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중소기업들이 단기자금수요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알리바바가 소유한 금융기업으로부터 신용대출에 의존한다. 알리바바입장에서는 융자기업의 실적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자신의 플랫폼 안에서 매출채권회수가 용이하기 때문에 신용대출을 꺼릴 이유가 없다. 많은 산업에서 매출이 디지털 플랫폼에서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혁명의 흐름으로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한편 은산분리의 교조적 보호 하에 있는 우리나라의 금융권은 여전이 담보대출이나 신용보증을 요구하는 전근대적인 대출관행에서 진전이 더디다. 결국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에서 다른 나라에 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은산분리 원칙의 고수나 강화는 이런 의미에서 시대착오적이다. 이와 유사하게 금융감독 당국은 최근에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하는 P2P 금융에 대해 개인 투자한도를 크게 제한하는 규제 시행을 발표했다. 여전히 산업발전보다는 규제와 지휘감독 중심의 관치경제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신용금융이 활성화 될 수가 없다.
인터넷은행은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대규모 투자가 일어난 유일한 핀테크산업의 사례에 속한다. 그리고 언제나 국제경쟁력평가에서 바닥권으로 평가되고 있는 한국의 금융산업을 그간의 규제일변도에서 새로운 산업으로 육성하는 계기로 주목받고 있는 국가프로젝트였고 청와대와 관련 부처에 의해 적극적으로 홍보되고 추진되어온 사업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정부의 정책적 약속을 믿고 시작한 사업이 정권이 교체됐다는 이유만으로 지켜지지 않는 현상은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후진국적인 현상이고 국가적 낭비도 매우 심하다. 문재인정부와 새로운 여당의 은산분리에 관한 은행법개정거부 움직임 또한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이념적 교조주의의 산물이거나 전정권 실적 지우기의 사례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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