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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정책 선별과 집중 필요하다

양희동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입력: 2017-05-16 18:00
[2017년 05월 17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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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정책 선별과 집중 필요하다
양희동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5월 9일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41.1% 득표율로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여러 공약들이 제시됐지만, 그 중에서 4차 산업혁명과 관계된 공약을 짚어보고 보완되거나 추가할 사항이 없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4차산업혁명위원회 설치, 중소벤처기업부 확대 신설, 스마트 제조업 부흥,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교육 체계의 변화 등을 공약했다.

문 대통령은 '인공지능 우선'을 지향하는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2018년 설치하고 민관 협력을 구축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겠다고 공약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신재생 에너지, 인공지능, 3D프린팅, 빅데이터, 산업로봇 등 지원해야 할 다양한 핵심기술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사물인터넷을 4차 산업혁명의 기본 인프라로 구축하며, 토목 건축에도 스마트 하우스, 스마트 도로, 스마트 도시를 짓고,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스마트 고속도로, 전기차 산업 강국 구현을 위해 전국의 주요 도로와 주차장에 급속 충전기를 설치하고 지자체와 협의해 공공기관이 전기차를 대폭 구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과 혁신 창업 기업을 새 경제 발전의 두 가지 핵심 동력으로 인지해,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확대 신설하며, 과기부 등 과학기술정책을 총괄하는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부활해 과학기술인이 자신의 전문성을 국정운영에서도 발휘할 수 있도록 이공계 출신을 적극 등용하겠다고 공약했다. 구체적으로 △창업투자회사 설립을 위한 납입 자본금 완화(현행 50억원 이상)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엔젤투자(개인투자) 활성화 및 R&D 비중 확대 △재기지원 삼세번 펀드 등 정부 창업지원 펀드·모태펀드, 기술금융투자, 엔젤 투자 확대 △연대보증제 폐지 △ 창업벤처 공공조달 참여기회 확대 △성장단계별 정책자금 지원 확대로 스타트업의 생존율 제고 등을 추진한다. 연구 개발도 기초연구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할 방침이다.

스마트 제조업 정책으로는, 더 많은 중소 제조업 공장이 스마트공장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제조업과 IT인력을 결합시키는 '스마트 제조업 부흥 전략'을 구사하며, 1인 제조기업 시대를 위한 준비를 서두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4차 산업혁명에 맞는 교육 정책으로는, 초등학교 때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도록 하기 위해 향후 5년 동안 1만 명의 초중등 교사인력을 양성하며, 기술인재와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대학교육도 개선하고 직업전환교육을 제2의 의무교육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교육의 성과가 '암기 잘 하는 사람'을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 많이 하는 사람', '상상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교육 철학의 근본적인 변화를 표방한 것이다.

이상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대통령 직속으로서 최고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정부 조직내 위상 정립, 인적 구성, 정부 부처간 갈등 및 융합 조율 방식 등 너무도 복잡한 문제들을 어떻게 올 한 해내 법령으로 정리 발표할지 궁금하다. 캠프내 기존 지지 전문가들이 훌륭히 준비를 해 왔겠지만, 다른 캠프의 전문가를 비롯한 보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이 문제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의 기회가 보다 개방되기 바란다.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은 중소기업과 혁신 창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창업보다 중요한 것은 창업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고 생각한다. 즉, 창업의 실패가 경력의 부채가 아니라 자본으로 활용될 수 있는 제도, 우리만의 폐쇄적인 환경보다는 선진 외국인과의 열린 혁신 체제를 형성할 것인가의 보다 진취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스마트 제조업 육성 정책은 고용의 감소라는 부정적 효과 때문에 민노총 등 시민 노동 단체와의 갈등으로 치달을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하는 만큼 철저한 투자 대비 수익성을 따져보는 절차나 제도를 두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육제도는 사실 4차 산업혁명차원에 국한하여 따져볼 문제가 아니다. 특히, 대학 입시가 모든 교육 문제의 근간일 뿐 아니라, 특정 지역 부동산 가격, 노후 복지, 높은 청소년 자살률, 가정 생활의 질 등 거의 모든 사회적 문제와 연계되어 있는 만큼, 오히려 4차 산업혁명형 교육 제도를 만든다는 취지가 너무 피상적이고 단기적인 교육 정책으로 이어져, 전혀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높아 사상 유례없는 지지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동시에 급격한 실망으로 이어질 부담도 높다. 서둘러서 추진할 정책 과제도 있지만, 보다 신중하고 장기적인 안목이 요구되는 정책도 존재한다. 4차 산업혁명은 거의 사회전반의 혁신적 변모를 요구하는 만큼, 한 임기 내에 완성할 수 없는 태생적 과제임을 잊지 말고, 임팩트가 높은 정책들을 선별해 집중하는 정책의 내실화를 요구하고 싶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가장 임팩트가 높은 정책은 아마도 대학 입시의 전면적 개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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