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론] 이젠, 분권과 통합 리더십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05/2017051202102351607001[1].jpg "[시론] 이젠, 분권과 통합 리더십이다")
다자구도에서 치러진 박빙의 조기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정권교체의 열망을 이뤄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 직후 급박하게 진행된 전례 없는 조기 대선이 어느덧 막을 내린 것이다. 지난 12월 9일 탄핵소추안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153일 동안 지속된 대통령 리더십 공백 사태가 큰 문제없이 마무리돼 다행스럽다. 탄핵 사태는 우리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적인 제도적 장치인 대통령과 국회, 그리고 정당이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해 발생했다. 하지만 연이은 장기간의 촛불시위가 비폭력으로 진행되어 외국의 부러움을 샀고,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은 논란 없이 수용됐다. 탄핵과 조기 대선이 법에 따라 잘 마무리된 것은 위대한 국민의 승리라고 생각된다.
이번 '탄핵 대선'의 가장 큰 교훈은, 군사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잘못된 관행과 비리가 더 이상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은 자신은 물론 혹은 주변의 측근과 친인척이 제왕적 권한을 남용하는 것을 관행으로 치부했고, 통치행위라는 명분으로 대기업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결과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인식을 개혁하기를 원하는 국민들의 열망을 담아냈다.
이번 대선의 또 다른 중요한 의미는 지역주의의 완화다. 1987년 민주화 이후 3김(金)의 지역적 지지 기반을 중심으로 우리 선거를 지배했던 지역주의가 후보의 출신지와 지역적 지지 기반이 일치하지 않는 이번 대선을 통해 상당히 완화됐다. 물론 아직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세대와 이념요인이 중요하게 부각하였고 지역주의의 영향력은 점차 소멸할 것으로 전망된다.
탄핵과 조기 대선을 거치면서 국민들은 우리 사회를 갈라놓은 배타적 진영논리에 의한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를 타파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행 우리의 권력구조, 정당체제 및 선거제도는 분권과 타협의 정치와는 친화적이지 않다. 현행 대통령제는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고 패자는 권력배분과 국정운영에서 철저히 소외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새로운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국론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분권과 통합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야당의 무조건적인 비판을 위한 비판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권력과 책임을 공유하는 권력구조 개편과 함께 선거제도 개혁이 필수적인 요소다. 소선거구제 중심의 현행 선거제도에서는 거대정당들이 자신들이 획득한 표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가 선거의 공정성과 대표성이 왜곡된다. 소수정당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 선거제도를 통해 다당제를 정착시켜야만 거대양당의 기득권이 약화될 것이다.
낮은 출생률과 고령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일자리 창출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경기침체와 산업구조의 변화로 젊은 세대와 노년층의 일자리 확보는 점점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아동수당·기초연금 등의 일시적 복지정책도 필요하지만, 일자리 확충을 위한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이 보다 시급하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한미FTA의 재협상 가능성 등 많은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려면 대통령이 국회를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낮은 자세가 필요하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 기조, 일본 아베 총리의 우경화 정책,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사드 보복 등 한반도 주변의 외교관계 또한 벼랑 끝에 서 있다. 새로운 정부가 진영논리에 매몰돼 과거 청산에만 매달린다면, 국내경제와 외교는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새 정부의 국정운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누구나 예상했다. 새 정부가 낮은 자세로 소통과 통합을 중시하면서, 진정성을 갖고 개혁입법을 매개로 야당과 협치를 추구한다면 성공적인 대통령이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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