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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헬스케어, 건강정보 `코호트`로 시작해야

김성수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입력: 2017-05-11 18:00
[2017년 05월 12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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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헬스케어, 건강정보 `코호트`로 시작해야
김성수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인공지능이 현실에 적용되면서 급격히 진행되는 것이 데이터 과학 기반의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 분야다. 기존의 의료서비스는 특정 질환의 원인과 증상을 해결하는 것에 집중됐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을 가장 효율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이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지만 치료에 대한 반응은 개인별로 차이가 있어서 일부 환자는 치료가 효과가 없고 일부에서는 오히려 약물의 작용이 강력해져서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정밀의학의 시작인 개인맞춤의료(Personalized medicine)는 개인별 유전적 차이와 주 원인의 차이를 보다 정확히 분석해 치료를 적절히 결정해서 최소의 부작용으로 최고의 치료 효과를 각 개인이 얻도록 하기 위해 시도되고 있다. 일부 암 치료를 위한 표적항암제가 대표적인 예로 2015년 미국 FDA가 허가한 신약의 28% 가량이 개인맞춤 의약제품이고 그 중 35%가 항암제다. 정밀의료는 개인맞춤의료(의약)의 한계를 넘어 "전체 환자 모두에게 유전적, 환경적, 생활습관의 차이를 고려한 최적화된 치료법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National Research Council 2016) 이를 실현하기 위해 2015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2억2000만달러(23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는 정밀의학추진계획(Precision Medicine Initiative)을 발표한다. 정밀의학을 연구 개발하는 과정의 부가가치는 미래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가진다.

이 과정에 얻어지는 다양한 신물질 및 의약제품, 그리고 전통적인 의료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가치는 그 규모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미국 정부는 이 과정에서 정밀의학 연구를 위한 중요 기반인 100만명의 코호트(비슷한 경험, 환경을 소유한 일정 인구 집단)를 모집하고 이 코호트를 대상으로 건강기록은 물론 질병 현황, 유전체 정보 등을 수집해 연구소와 개인 기업들이 정밀의학 관련 산업을 진행하도록 지원하는 것을 담당한다. 기존에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Health Institute)과 정부 단체에서 구축한 코호트는 물론 새로 모집되는 연구 대상 집단의 정보를 발전된 데이터 사이언스를 바탕으로 분석 연구한다면 획기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부터 시행된 '포스트게놈 신산업육성을 위한 다부처 유전체' 사업이 8년간에 걸쳐 약 5800억원에 달하는 연구비를 집행하고 그 중 1577억원이 개인맞춤의료 정밀의료 분야에 투입되고 있다.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의료 정보 인프라의 활용을 강화하는 것부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모든 의료기관이 전자차트 등을 통해 의료정보가 저장하기 시작한 것은 4년 정도이고 다양한 의료사보험 회사가 가입자를 관리하기 때문에 의료 데이터는 공유되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 전 국민의 의료데이터 대부분은 건강보험공단과 의료기관의 전자의무기록에 보관돼 있다. 우리나라 신생아 들은 태어나기 전부터 상당수가 임신 중 산전검사를 받고 거의 대부분이 병원에서 태어난다. 태어나자 마자 혈액형 검사를 받고 질병여부를 확인 받는다. 1살까지 기본적인 예방접종을 받고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정기적인 신체검사도 받는다. 소아부터 전국민은 질환이 발생하면 의료기관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 남자는 100% 징병검사를 받아 신체적 이상 여부를 확인받게 된다. 40세 이상의 국민은 정기적인 건강검진까지 받는다. 사망원인은 의료기록과 공공 기록에 저장된다. 이 과정 모두의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정리된다면 '대한민국 코호트'가 완성된다. 4~5000만이 넘는 데이터를 활용 가능한 엄청난 인프라가 구축되는 것이다. 출생부터 사망까지 전국민의 의무기록이 통합되어 동일 시점 탄생 집단의 데이터로 정리되면 일정 시점의 의료정보를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가치를 가진다. 여기에 출생시 유전체(제놈)정보를 확보하고 나이가 들면서 일정 생애 주기에 추가적인 유전체 분석을 할 수 있다면 생활 습관, 환경 문제 등에 의한 유전체 변이 관련 질환의 원인과 치료법 개발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실현을 위한 가장 큰 난제는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다. 개개인의 가장 민감한 정보인 의료정보를 통합해서 보호-관리하려면 보다 강력한 보안관련 솔루션의 확보와 관련 분야 법률정비가 필수적이다. 미국의 예에서도 상당부분의 예산과 작업이 관련법령 현대화와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에 배정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법률적으로 개인정보가 제거된 데이터의 활용 부분은 해결이 됐지만 통합데이터의 관리 주체와 관련된 논의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현재 진행 중인 진료정보 공유 시범사업을 통한 1차 의료기관과 거점 병원간 진료정보 교류와 개인건강기록(PHR, Personal Health Record) 사업은 중요한 밑바탕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의료 효율화와 환자 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진료정보 교류 및 공유가 전체 의료기관으로 확산되고 이 정보와 개인건강기록이 접목이 된다면 전국민 코호트 구축을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사회 복지의 이상을 대표하는 문장인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복지 정책을 4000만이 넘는 인구를 가진 대한민국에서 실현하기 쉽지 않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시작은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대한민국 코호트'의 확보를 통한 치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밀의학의 개념을 적극적인 전생애 관리, 라이프 케어(Life Care)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에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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