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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콩글리시] `실버 크로스` 이변은 없었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입력: 2017-05-10 17:51
[2017년 05월 11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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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콩글리시] `실버 크로스` 이변은 없었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역시 이변은 없었다.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준엄했다. 무능한 정부의 퇴출은 오래전부터 예견돼 있었다. 옛날 이야기하나. 이재형(李(載瀅) 옛 민정당 의장이 정계은퇴할 때 어느 기자가 물었다. "의장님,한마디로 정치란 무엇입니까?" "다 국민 속이는 짓이오." 이 말에 기자들이 깜짝 놀랐다. 너무나도 뜻밖의 답변이었기 때문이다(전 국회의원 김기도의 증언이다). 사실 그의 마지막 진술은 참이었다.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 "100% 대한민국", "747 달성" 등 장밋빛공약을 쏟아냈다. 그러나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으로 끝나고 저녁있는 삶은 뜬구름이 되고 만다.

이번 새 대통령의 공약을 보면 마침내 대한민국은 '나라다운 나라'가 되어 젖과 꿀이 넘치는 가나안이 따로 없지 않나, 우리들을 환상에 젖게 만든다. '천국보다 타히티'라더니, 타히티보다 더 좋은 지상낙원으로 대한민국이 바뀔 것처럼 말한다. 정치가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직업이라고는 하지만, 국민들은 알면서도 이들의 무책임한 감언이설에 늘 속아 왔다.

19대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국내외 정치 상황이 어려운 시기에 국정운영을 맡게 됐다.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고 구한말(舊韓末)을 연상시키는 한반도 상황을 슬기롭게 타개하면서 인구절벽 고용절벽 소비절벽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난제가 산적하다. 게다가 선진화는커녕, '선진화를 가로막는' 소위 선진화법과 다당체제를 갖춘 지금의 국회는 소통과 협치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곳이 돼버렸다.

이번 대선은 그 어느 선거보다 많은 특징을 보여줬다. 샤이보수가 승패를 가른다고 하더니, 어떤 신문은 중원(충청)을 장악하는 자가 승리한다고 했고, 다음에는 50대 표심의 향배에 당락이 달렸다고 썼다. 또 사전투표율이 26%를 넘자 이들이 키를 쥐고 있다고 태도를 바꾸더니, 마지막에 가서는역시 호남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모두가 경마 저널리즘(horserace journalism)의 산물이었다.

군소후보 가운데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만 선거운동을 한 IT선도자가 있었고, 걸어다니면서 유권자를 만나는 '뚜벅이 유세'를 한 후보도 있었고 유세현장에서 그 지역 관련 대중가요를 불러서 '트로트 유세'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특히 문재인 후보는 사전 투표가 25%를 넘자, 약속대로 5월6일 홍대 앞에 가서 누구든 자유롭게 안아주는, '프리허그 유세'를 펼쳤다.

연합뉴스TV의 아침 뉴스(5월6일자)에는 다음과 같은 자막이 흘렀다. "국민의당 김성식, 문·안대결. . . 골든 크로스/홍측 이종혁, 국민 대결집 대국민호소… 플래티늄 크로스/문재인 홍대서 프리허그… 수도권 굳히기". 이걸 보고 있노라니 이번 대선은 무슨 십자가 전쟁인양, 실버 크로스, 골든 크로스, 플래티늄 크로스란 말을 두고 입씨름이 벌어졌다. 실버 크로스(silver cross)란 은십자가, 아니면 영국 황실에서 쓰고 있다 해서 유명해진 유모차 이름이다.

대선에 웬 유모차? 신문은 선거에서 3등이 2등을 추월하는 현상을 설명하면서 이 용어를 사용했다. "어느새 사전투표까지 시작된 가운데 홍준표측과 안철수측이 실버 크로스 여부를 두고 저마다 유리한 자료를 내세우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시사포커스, 2017. 5. 4). 아마도 실버 크로스는 골든 크로스(golden cross)를 염두에 두고 만든 콩글리시 같다. 주가(株價)를 기술적으로 분석해 예측할 때 쓰는 골든 크로스는 주식시장이 강력한 상승 국면을 맞고 있음을 나타내는 용어다. 골드를 1등이라고 하면 실버는 2등이므로 2위 쟁탈전을 실버 크로스라고 누군가 쓰기 시작했고, 이번엔 골든 크로스가 실버 크로스의 영향을 받아서 1위경쟁을 설명하는 콩글리시로 자리매김 했다. 어떤 면에서 말이란 만들어 쓰면 그만이다. 특히 미디어는 조어(造語)의 특권을 갖고 있다. 당선을 확정짓겠다는 결의의 표현이겠지만 플래티늄 크로스(platinum cross)는 해도 너무 했다. 다음엔 다이아몬드 크로스가 나오지 말란 법 있겠는가. 미디어는 국어순화에도책임이 있다.

이번 대선의 또다른 특징은 방황하는 보수였다. 반기문, 황교안, 안희정, 안철수, 홍준표로 먼 길을 돌고 돌았다. 새 정부는 적폐청산 못지않게 국민통합 국방안보 경제성장에 힘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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