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론] 대탕평 원칙으로 인재 등용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705/2017051002102351607001[1].jpg "[시론] 대탕평 원칙으로 인재 등용해야")
제19대 대통령으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다. 당선되자마자 새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당장 국정운영에 돌입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안게 됐다. 특히 전직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을 둘러싸고 극도의 사회적 혼란 끝에 치러진 대선에서 당선되어 그 시대적 과제는 엄중하기만 하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으로 일그러진 국격을 바로 세우고 갈라지고 상처받은 국민을 치유해 대내외적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새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보다도 국정운영의 정상화다. 그동안 국정농단 사태로 국정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됐지만 사실 국가관리시스템은 이미 전직 대통령의 불통과 독단으로 오랜 기간 동안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새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활동 없이 국정 업무를 시작해야하므로 대통령권한대행체제와 일시 협력해 새 정부를 하루 빨리 구성해야 할 것이다. 새 정부의 신속한 구성을 위해서는 국회와의 협력 또한 필수적이다. 여소야대의 5당 구조를 가지고 있는 국회에 대한 협치리더십이 없이는 새 정부는 출범부터 난항에 부딪칠 것이다.
협치는 인사에서 시작해 제도로서 완성된다. 총리와 장관의 내정에서부터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탕평 원칙 하에 인재를 등용하는 것이다. 코드인사나 단순한 지역안배인사 차원을 떠나 능력이 있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대탕평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등용한 인재들에게 주어진 책임 내에서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흔히 공약으로 제시되어온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를 제대로 실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사정책이 새 정부의 인사제도로 정착된다면 새 대통령은 국민통합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우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시킴으로써 어느 역대 대통령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통합과 통합정부론을 내세웠다. 대다수 국민은 촛불과 태극기에서 나타난 적대감이 거리정치의 한 단면으로 끝나기를 바란다. 이념적 양극화로 균열된 사회는 정치권이 이를 이용하여 권력을 장악하려는 분열과 배제의 정치 결과로 확대 재생산됐다. 새 대통령은 이러한 구태 정치에서 벗어나 진정한 통합의 정치를 구현해야한다. 국민을 이분법적으로 편 가르는 식의 분할통치를 종식시키고 포용과 관용의 정치를 수용해야 한다. 적폐청산이라고 하여 국민을 집단적으로 차별화하고 청산한다는 것은 개혁이 아니고 탄압이다. 적폐는 개혁 대상이며 개별적으로 법치주의에 입각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돼야 한다. 적폐는 구체적인 법적 일탈행위로 제한돼야 할 것이며 이념과 정책적 차이가 적폐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통합정부는 사회의 다원적 요소를 포용해 조화로운 공동체를 영위하는데 그 진정한 의미가 있고 그래야만 비로소 국민통합도 이뤄지는 것이다. 통합정부는 인적 구성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구성요소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표출하고 국정에 반영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비록 선거에서 패배한 후보나 그 후보의 지지자들일지라도 패배가 끝이 아니고 새 정부에서도 소외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도록 참여의 기회를 열어 놓아야 할 것이다. 흔히 대통령제는 승자독식의 체제라고 하지만 민주적 대통령제는 권력분립의 원칙에 기초한 것으로서 어느 특정 집단의 권력독점을 방지하도록 고안된 것이다. 새로운 통합정부가 형성된다면 국민적 희망과 국민통합을 헌정사상 최초로 달성하는 정부가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어도 전직 대통령의 과오를 타산지석으로 삼고 촛불시위가 보여준 국민주권운동의 가치를 겸허하게 실행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협치, 공생, 정의이며 이러한 가치가 수행될 때 새 대통령은 당면한 경제 안보위기를 극복하고 헌정사상 최초로 국민의 박수를 받고 떠나는 성공적인 대통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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