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 빅뱅엔젤스매니징파트너
![[디지털산책] 빅데이터, 대의 민주주의 핵심으로](http://contents.dt.co.kr/images/201705/2017050902102251607002[1].jpg "[디지털산책] 빅데이터, 대의 민주주의 핵심으로")
대통령 선거일이다. 필자는 그 결과를 알 수 없지만, 누가 당선 되든 미래에 대한 준비가 크게 부족한 대한민국호를 잘 이끌고 나가주길 바랄 뿐이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기간 내내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모두 자신들만 옳다면서 파벌이 나뉘어 분열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많은 국민들의 합의와 지지가 필요한 개혁을 누가 집권하든 잘 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기술은 이런 문제가 많은 정치시스템을 개혁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까? 필자는 그렇다고 믿고 있다. 사실 현재의 선거제도의 근간이 되는 대의 민주주의는 17세기 영국에서 의회가 처음으로 등장하면서 그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으로 본다. 대의 민주주의의 장점은 명확하다. 모든 정치적인 결정 사안에 대해 전 국민에게 의사를 묻는다는 것은 비용과 의사결정 자체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소모되는 에너지가 엄청난 일이다. 그래서, 국민들을 대신해 의사결정을 할 사람들을 수년에 한 차례 선거라는 행위를 통해 선출하고 이들에게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뽑은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들이 사리사욕을 챙기고, 국민들에게 위임받은 권한을 남용하며, 선거를 할 때와는 다른 행적을 보일 때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방법이 사실상 그 임기가 끝난 이후에 투표를 통해 선출을 하지 않는 방법 밖에 없다는 점이다. 수년에 단 한 차례 선거를 통해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제외하면 국민들은 더 이상 제대로 된 정치행위를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미래의 정치도 계속 대의 민주주의가 끌고 가게 될 것인가? 세계적 미래학자들은 디지털 기술과 직접 민주주의가 결합한 '디지털 민주주의'가 등장하면서 대의 민주주의 문제점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거대 정당이 해체되고 개별 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시민사회의 '정책 네트워크'가 대안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이런 논의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것이 국민들의 의사를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소위 '온라인 정당'이다. 룩스멘에서 2016년 2월 진행한 미래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 마티아스 호르크스 프랑크푸르트미래연구소장은 "미래의 정당은 싱크탱크 성격을 지닌 창조 정당(Parties of Creativity)이 될 것이며, 시민들이 나서 권력의 피라미드를 뒤집어야 한다"고 언급했고, 이언 피어슨 퓨처라이즌 소장은 "머지않아 빅데이터가 미래 대의 민주주의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며, 언젠가는 인공지능(AI)이 시민 각자의 대리인이 돼 협상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날도 올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실제로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 실험이 전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2010년 헌법 개정을 위해 무작위로 선출된 일반 시민들이 헌법심의회를 구성해 헌법 개정안을 심사하는 '오픈 크라우드(Open Crowd)' 방식을 실험했다. 이 심의 내용은 인터넷을 통해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국민의견 수렴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개헌안은 2012년 국민투표(투표율 48.9%)를 통해 찬성 66.3%, 반대 33.7%로 가결됐다. 핀란드의 요나스 페카넨이 크라우드소싱 입법(Crowdsourcing Legislation)을 할 수 있도록 개발한 '오픈 미니스트리'도 주목할 만하다. 핀란드에서는 시민이 제안한 법안이 6개월 내에 5만명의 지지를 받으면 국회에 자동 회부될 수 있는데, 이 애플리케이션은 시민들이 보다 간편하게 법을 제출하고 지지 서명을 모을 수 있도록 했다.
페이스북의 CTO를 지낸 브렛 테일러는 미국 상원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오늘날 인터넷은 상호작용이 가능한 사회적인 경험(social experience)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은 개인 간의 연결, 관심사, 그리고 커뮤니티로 규정됩니다. 그리고 스마트폰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개인화되고 소셜화된 웹에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원할 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표현의 자유를 극대화해줄 수 있는 도구들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의 참여 가능성이 높아진 세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민의와 함께 호흡하지 못하고 사회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은 앞으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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