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노령연금 인상· 의료비 부담 완화
사회불평등· 양극화 해소 방안 최우선
대선후보별 연평균 15조~40조원 소요
유승민·심상정만 구체적 증세방안 제시
나머지 후보는 자금조달 방안 얼버무려
"사회안전망 개선 선순환 복지가 우선"
사회불평등· 양극화 해소 방안 최우선
대선후보별 연평균 15조~40조원 소요
유승민·심상정만 구체적 증세방안 제시
나머지 후보는 자금조달 방안 얼버무려
"사회안전망 개선 선순환 복지가 우선"
■대선주자에 미래 어젠다를 묻다 (끝)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원내 5당 대선 후보들은 마치 고삐가 풀린 것처럼 무더기로 복지 확대 공약을 쏟아냈다.
기초노령연금 인상부터 의료비·통신비 부담 완화, 공공임대주택 공급, 청년·아동·출산·보육 관련 각종 수당 신설·강화 등 다양한 복지 공약을 발표했다. 대선후보들이 너나할 것 없이 사회불평등이나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의 우선순위로 복지 강화 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공약을 수행하는데 쓰이는 예산 수십조원을 마련하는 방법은 대부분 증세로 집약된다. 후보 누구도 증세 외에는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표심 얻기에 급급한 퍼주기식 복지는 차기 정부의 재정압박을 초래하고, 국가 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대선 후보 공약이행 예산 추계 현황을 살펴보면 복지공약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연평균 기준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8조7000억원 상당,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5조9000억원 상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40조원 상당,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24조9900억원 상당 필요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구체적인 재원 소요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선별적 복지공약 등을 고려하면 18조원으로 추산된다. 대다수 복지 공약이 장기적인 사회안전망 구축이나 사각지대 해소 등 복지 인프라보다 예산으로 때우는 임시처방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부터 포퓰리즘 논란을 불러왔던 기초노령연금은 후보 5명이 모두 현 20만원 수준에서 30만원까지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기초노령연금을 올리는 데만 연간 4조원 안팎의 재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저출산 대책이나 보육 공약도 비슷하다. 문 후보와 안 후보, 심 후보는 자녀 양육과 교육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아동수당을 도입하기로 했다. 문 후보는 만 5세 이하 월 10만원씩, 안 후보와 심 후보는 만 11세까지 월 10만원씩이다. 홍 후보는 둘째 자녀 출산 시 1000만원을 지원하고, 셋째 자녀부터는 대학까지 교육비(등록금 포함) 100% 지원하겠다고 했다. 유 후보는 영아 양육수당을 2배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의료비 부담 완화 공약은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문 후보와 안 후보, 심 후보, 유 후보 등은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넓혀 보장률을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2015년 기준 63.4%인 보장률을 최대 80%까지 올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노인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치매 치료비와 간병비 등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바꾸기로 했다. 의료 복지가 확대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문제는 재원이다. 학계는 건보 보장률을 1% 올리는데 5000억~6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있다.
통신비와 교통비 부담 완화 공약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문 후보는 1만1000원 상당의 이동통신 기본료를 폐지하고 지원금 상한제를 없애기로 했다. 안 후보는 전국민 무료 데이터요금제, 심 후보는 보편요금제 출시 의무화를 제시했다. 두 후보는 제4 이동통신 도입도 약속했다. 유 후보는 기본료 폐지는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으나 요금 자율경쟁 체제로 통신비를 내리겠다는 생각이다. 홍 후보는 저소득층 스마트폰 구입비 지원 등 선별적 공약을 내놨다.
공약만 놓고 보면 이동통신 시장을 뒤흔들만한 사안이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시원찮다. 이미 지난 대선이나 선거에서 공약으로 나왔지만 통신비가 소폭 인하되는데 그쳤을 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약 내용보다 어떻게 실현할 지 이행계획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교통비 부담 완화 공약은 매우 다양하다. 문 후보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광역 대중교통 정액제 패스카드(광역 알뜰 교통카드)를 도입해 교통비 30%를 줄이겠다고 했다. 홍 후보는 청년 교통 할인제(30% 인하)를 제시했고, 심 후보는 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하철 무임 승차제도를 버스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승객 입장에서는 매우 유용한 공약이지만 지하철과 버스 운영 손실을 보전해줘야 하는 금액이 만만치 않다.
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서울지하철 1~8호선 손실분은 올해 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서울시 예산·재정 분석 조사결과를 보면 최근 5년간 누적 손실은 1조1625억원 가량 된다. 이처럼 후보들의 복지 공약을 이행하는데 어마어마한 예산이 필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재원마련은 증세 밖에 대안이 없다.
증세에 관해서도 심 후보나 유 후보는 구체적인 증세방안을 제시하고 어떻게 복지 예산으로 활용할 지 계획을 밝혔다. 문 후보나 안 후보는 증세를 언급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홍 후보는 아예 증세에 대한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재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사탕발림' 공약보다 사회안전망과 제도를 개선하는 선순환식 복지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대선후보들 대부분이 선거공약을 사회적 약속이 아닌 선물 보따리처럼 풀어놓고 있다"면서 "공약만 나열할 뿐 재원조달방안은 '세출조정을 하겠다', '필요하면 증세를 고려해 보겠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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