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확실성 장기화 영향
인수·합병 등 소극적 대응
인수·합병 등 소극적 대응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국내 4대 그룹의 현금성 자산 규모가 1년 사이에 20% 가까이 급증했다. 불확실한 경기 상황이 길어지면서 대기업들이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현금 확보에 더 주력했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4대 그룹 계열 코스피 상장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 규모는 171조4392억원으로 전년 동기 143조1180억원과 비교해 19.8% 증가했다.
현금성 자산이란 큰 거래비용 없이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투자자금을 뜻한다. 기업별 재무상황 등을 고려해 대차대조표상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합하는 방식으로 집계했다.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면 현금성 자산도 늘어나지만, 상대적으로 예년보다 인수·합병(M&A) 등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해석도 할 수 있다.
그룹별로는 삼성그룹이 전년 동기보다 26.4% 늘어난 106조4809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사업의 호조로 최근 실적이 크게 좋아진 삼성전자의 경우 현금성 자산 규모는 26.4%나 늘어난 84조5438억원을 기록했고, 증가율 면에서는 삼성물산이 76.2%나 늘어 계열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현금성 자산이 줄어든 곳은 삼성SDI(-17.4%, 2조585억원), 삼성중공업(-17.2%, 1조7706억원), 삼성전기(-1.8%, 1조1084억원) 등 세 곳뿐이었다.
2014년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인수한 현대차그룹의 현금성 자산도 전년 동기보다 16.7% 증가한 35조107억원으로 집계됐다. 계열사별로는 기아차가 전년보다 64.5% 늘어난 6조5465억원을 기록해 현금 유동성 확보에 적극적이었다. 현금성 자산이 줄어든 곳은 현대제철(-10.2%, 9061억원) 단 한 곳이었다.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문을 비롯해 최근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는 SK그룹의 경우 현금성 자산이 단 2.1% 증가한 20조8303억원으로 집계돼 삼성·현대차와 비교가 됐다. SK이노베이션의 현금 보유량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21.6% 늘어난 5조668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증가율 면에서는 SKC가 같은 기간 114.3%나 늘었다. 반대로 현금성 자산이 줄어든 곳은 SK네트웍스(-37.9%, 7067억원), SK케미칼(-32.3%, 6476억원), SK D&D(-31.6%, 710억원), SK가스(-15%, 2656억원), SK하이닉스(-13.7%, 4조7913억원) 등 5곳이었다.
LG그룹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7.5% 늘어난 9조1173억원으로 집계됐다. LG디스플레이가 전년보다 8070억원(107.4%↑)이 늘어난 1조5587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했고, 줄어든 곳은 올해 초 LG생명과학 합병을 완료한 LG화학(-13.5%, 1조4744억원) 등 5개 계열사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현금성 자산 증가는 단기적인 유동성 문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기업이 그만큼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며 "최근 국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오너 리스크 등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대기업들의 주머니가 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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