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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중국 사드보복에 대처하는 방법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17-04-19 18:00
[2017년 04월 20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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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중국 사드보복에 대처하는 방법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대통령탄핵과 파면 이후, 조기 대선 일정이 정해지는 등 우리나라 정치체계가 무정부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급박하게 발버둥치는 가운데, 우리경제의 대외경제환경은 뜻밖의 복병을 만나 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정치권의 충분한 논의와 중국 등 주변국과의 논의과정도 없이 이뤄진 급작스런 사드배치결정은 결국 중국의 무차별보복조치를 불러오면서, 우리경제의 회복을 더욱 더디게 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보복은 관광산업과 한류 등 문화산업에 그치지 않고, 전 산업에 걸쳐 확산되면서 그 피해가 점점 더 늘고 있는데, 최근 한국은행의 추산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0.2% 하락시키는 것으로 추정됐으며, 수출입은행의 추계에 의하면 피해액은 최대 1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더해 최근 발표된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에서 중국과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 지정에서 제외돼 단기적으로 미국정부의 무역제재대상국에서는 제외됐으나, 여전히 환율조작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돼서, 언제든지 미국의 임의적인 무역보복에 노출된 상태다. 미국정부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기준을 살펴보면, 중국의 사드보복만큼이나 자의적인 기준에 근거해있다. 즉 i)현저한 대미 무역흑자(200억 달러 초과)와 ii)상당한 경상수지 흑자(GDP 대비 경상수지흑자 3% 초과) iii)지속적인 일방향 외환시장 개입(달러 순매수액이 GDP의 2% 초과) 등 세 가지 요건을 심사한다.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일방향 외환시장 개입요건을 충족시키지 않아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향후 2017년 10월의 추가검토에서 여전히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것은 위의 세 가지 요건이 결국 미국정부의 의지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고무줄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재 우리경제를 가장 절박하게 옥죄고 있는 대외경제여건은, 결국 중국의 무차별적인 사드보복과 트럼프행정부의 보호주의압력이다. 이와 같은 중국과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해 상대적으로 협상력의 절대열위에 있는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응전략은 몹시 제한된 것으로 보인다. 아마 이러한 인식이 중국의 무원칙적인 보복에 대해서 놀랍도록 일관되게 침묵하면서 얌전히 보복을 당하고, 또 미국의 보호주의조치가 취해지기도 전에 미리 자진해서 아무런 논리적 근거를 갖추지도 않은 미국의 환율조작국기준을 벗어날 수 있도록 대미무역수지흑자폭을 줄이기 위한 억지 대미수입확대정책을 펼치는 근거일 수 있겠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협상력에 있어서 절대적인 열위에 있는 소국경제의 경우, 대국경제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순응해야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전략을 결정해온 최근 과도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은 오랜 국제관계의 파란 속에 형성된 다자주의체제의 의미와 의의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세기 세계 제1차 대전과 2차대전을 겪은 후, 더 이상의 반복적인 무역전쟁과 그에 따른 물리적 전쟁을 예방하기 위해 수립된 국제체제인 브레톤우즈 체제의 핵심인 세계무역기구(ITO)와 또 그 대체기구로 출범했던 GATT(관세 및 무역에 대한 일반협정)체제의 가장 큰 특징은 강대국이던 약소국이던 모두 1표의 의결권을 가진 다자간 자유무역체제였다. 과거 다자주의체제가 성립되기 전까지는 무역분쟁을 포함한 모든 국제분쟁은 양자간 협상력에 의해 결정되는, 즉 기본적으로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모든 국가들이 동일한 의사결정권을 가지게 된 다자간 국제자유무역체제가 성립되면서, 놀랍게도 강대국이 약소국을 일방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다자간 반복게임으로서의 국제체제가 성립됐다.

이와 같은 다자간의 반복적 국제관계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비록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가진 국가이더라도, 반복게임에서는 일시적인 약탈적 비협조적 전략보다는 협조적인 전략이 더 큰 효용을 가져다주는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점이다. 즉 한반도에서의 복잡다단한 상황에서의 통상전략게임은 반복게임이고, 중국과 미국의 일방적인 비협조적 전략은 향후 다자간 반복게임에서 자국의 명성(reputation)에 직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깨닫는 순간, 이들 국가들은 협조적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다자간 반복협상게임의 특성을 고려해볼 때, 최근 중국의 무차별적 사드보복을 침묵 가운데 받아들이면서, 미국의 비이성적 통상압력에 미리 굽히고 들어가고 있는 지금 과도정부의 전략은 전형적인 비이성적 접근이다. 현재의 국제관계가 다자간 반복게임임을 중국과 미국에 주지시키는 방법은, 중국의 사드보복은 WTO의 내국인대우원칙에 대한 명백한 위배임을 적시하는 WTO제소조치와, 트럼프행정부의 무원칙적인 반덤핑조치에 대한 WTO제소 등의 조치를 통해, 이제 더 이상 한국정부가 과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처럼 꼭두각시 정부가 아니라, 다자주의에 근거한 주권국가임을 보여주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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