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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콩글리시] 대선후보들의 `미팅` 이야기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입력: 2017-04-19 18:00
[2017년 04월 20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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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콩글리시] 대선후보들의 `미팅` 이야기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장미대선을 앞두고 유력 후보자들 사이에 연일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퍼스트레이디 후보들의 달콤쌉쌀한 연애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모두 CC 출신인데다 러브스토리에 삶의 궤적이 그대로 묻어나 있어 세간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유력 주자로 불리는 사람들 모두가 같은 대학교 선후배 동기로 달콤한 세레나데를 불렀다는 점, 그리고 한결같이 부부의 인연으로 맺어졌다는 사실이다." 2017. 3. 26자 서울경제 기사다.

동아일보 '횡설수설' 보도에 따르면, 경희대 성악과 74학번 김정숙씨는 알랭 들롱 닮은 사람이 있다는 친구의 권유로 소개팅에 갔다가 1년 선배 법대생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암울했던 시절운동권 남친의 강제징집을 겪으며, 고시 공부 뒷바라지까지 7년간의 러브스토리에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래도 1981년 결혼에 골인하기까지 가장 두려웠던 것은 집안의 반대가 아니라 이 남자를 다시 못보게 될까 걱정이었다니 단단히 콩깍지가 씌었던가 보다. 그때의 알랭 들롱 닮은 오빠가 대통령 후보 문재인이다.

차차기를 보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아내 민주원씨와 고려대 83학번 동기다. 학생운동을 함께 한 안 지사 부부가 처음 만난 곳은 의외로 대학 도서관이었다. 가난한 청춘이었지만 수업도 같이 듣고 고려다방에서 300원짜리 커피를 마시면서 미래를 설계하고 학내를 걸으면서 데이트했다고 한다.

여기서 '소개팅'부터 짚어 보자. 우리말 소개(紹介)에다 미팅(meeting)을 갖다 붙여서 만든 신조어다. 순 우리말로는 "선본다"고 말한다. 알지 못하는 사람을 누군가의 소개로 처음 만나게 해주는 일을 '선'이라고 한다. 선은 meeting과는 직접 상관이 없다. "나 내일 선볼거야"를 영어로 말하면, I'll have a blind date tomorrow.가 될 것이다. 이처럼 소개팅이나 선보는 것은 미팅이 아니라 블라인드 데이트(blind date)다. 친지나 결혼 중매회사의 주선으로 서로 모르는 남녀 간의 만남(ameeting between two people who have not met each other before)이 바로 블라인드 데이트다.

장미대선의 결승점을 향해 달리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아내 김미경교수도 캠퍼스 커플이었다. 안철수 후보는 서울의대 1년 후배 김미경씨와 동아리에서 만나 1988년 결혼했다. 제각기 사랑법은 달라도 동지적 유대감이 강한 부부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역사상 처음으로 캠퍼스 커플 출신 대통령부인을 보게 될 것 같다.

캠퍼스 커플(campus couple)은 같은 대학에 다니면서 서로 연애하고 있는 한 쌍의 남녀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것 역시 짝퉁 영어다. "그들은 캠퍼스 커플이다"를 영어로 옮기려면 They met on the campus. 또는 They are college sweethearts.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나마 캠퍼스 커플을 줄여서 CC출신이라고 쓰는 경우 자칫 컨트리 클럽의 약자로 알고 골프장에서 만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

남자 여자가 데이트를 목적으로 만나는 것을 우리는 미팅이라고 하지만, 미팅은 교제나 연애를 뜻하지 않는다. 미팅은 회의나 회합이란 의미로, 사람들이 무슨 문제를 토의(discuss)하든가 결정(decide)하기 위한 모임을 뜻한다. 남자가 여자에게 구애를 하려면, "Will you go out with me?"(나랑 사귈래요?)하고 물어볼 수 있다. "물론이죠"(Sure, I'd love to.) 하면 일이 잘 풀릴 것이고 상대방의 반응이 "왜 제가요?"(Why me?)라든가 "임자 있어요"(I'm taken.)라고 나오면 매우 힘들게 된다. "누구 만나는 사람 있어요?"라고 탐색해 보고 싶으면, "Are you seeing anyone else?"라고 질문할 수 있다. 집까지 바래다준 여자에게 "여기 혼자 살아요?"(Do you live alone here?)라고 물었는데 상대방 답변이 "No, I'm playing house."(동거하고 있어요)라고 하면 만사허사다. 다 큰 남녀가 소꿉장난하고 있으니 동거(live with a partner)나 마찬가지다. 연애나 교제의 뜻으로는 go out, go steady, date 등이 적절하다.

그나저나 선남선녀들이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 낳을 생각도 없으니 '인구절벽'은 나라의 장래를 어둡게 만든다. 지난 10년간 정부는 100조를 썼는데도 출산율은 사상 최저라고 한다. 유력 대통령후보들의 공약은 기껏 아동수당 10만원씩을 주겠다고 내세우고 있으니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이제 국가가 나서서 아이의 보육과 교육을 책임지지 않는다면, 출산율 해결에 백약이 무슨 소용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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