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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영 칼럼] 모바일 시대, 더디가는 보험사

허우영 IT정보화부 차장 

입력: 2017-04-16 18:00
[2017년 04월 17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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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영 칼럼] 모바일 시대, 더디가는 보험사
허우영 IT정보화부 차장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형성되는 관계를 통해 반드시 한 번 이상은 보험가입 부탁을 받는다. 총각 시절에는 선배의 반강요나 원치 않는 한 끼 식사 대접을 받은 후 낯선 보험설계사와 만나 그의 최신형 노트북을 바라보며 '만약'을 이유로 온갖 특약을 추가했다. 이러면 사전에 들었던 설명과 달리 월보험료는 상당히 올라간다. 하지만 가입을 거절하면 응당 보복이 뒤따라 어쩔 수 없이 자동출금란에 서명을 했던 보험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너무 많아 어쩔 수 없이 중도 포기를 선언할 수밖에 없어 결국 받은 돈은 낸 돈에 비하면 한없이 적다.

스마트폰 대중화와 SW 기술 발달로 보험금 청구 방식은 진화했다. 과거에는 추가 비용을 내고 받은 진단서, 진료서, 통장·신분증 사본 등을 팩스나 우편으로 보낸 후 일정 기간을 기다려야 했다면 지금은 스마트폰에 설치한 보험사 애플리케이션을 몇 번 터치하면 청구 작업이 완료된다. 스마트폰 앱으로 간단히 보험청구서를 작성하고 병원서류를 촬영해 제출하면 그만이다. 보험금은 하루 이틀 지나면 바로 입금돼 매우 편리하다.

그러나 8년 가입기간 동안 한 번도 보험금을 청구하지 못한 보험상품이 있다. 결혼 후 두 아이를 위해 가입한 4건의 보험 중 2건의 실손보험이다. 이 보험은 내 명의로 계약(납부)했는데 중간에 회사가 바뀌면서 두 아이가 보험계약자로 변경됐다. 이러니 보험사에 보험금 청구서류를 문의하면 가족관계증명서, 기본증명서, 부모 인감증명서, 신분증사본, 친권증명서 등을 요구한다. 아이가 보험계약자 이다 보니 스마트폰 앱을 통한 청구는 할 수 없다. 앞서 말한 서류를 팩스나 우편으로 내거나 직접 제출해야 한다.

보험계약자를 아이에서 보호자로 바꾸면 스마트폰 앱으로 청구할 수 있을 것 같아 문의했더니 앞서 말한 서류에 몇 가지를 더 추가해야 한다. 화가 나서 보험을 해지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더 복잡해진다. 친권자 본인 인증 이후 배우자 동의 녹취를 해야 한다고 한다. 차라리 두 달간 보험료를 내지 않아 자동으로 계약이 해지된 후 새로운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친절한 보험사 상담원과 장시간 통화로 미운정 고운정이 들다 보니 한가지 서류 제출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바로 친권증명서다. 가족관계증명서나 기본증명서로 충분히 부모를 확인할 수 있는데도 친권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은 서류 중복 제출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권증명서 제출에는 과거 발생한 안 좋은 사건·사고와 연관이 있었다. 자녀 사망으로 나온 고액 보험금을 놓고 이혼한 부부가 서로 청구권을 행사하는 접수 건 때문에 친권자를 가려야 하는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필자는 자녀 실손보험 2건을 가입해 놓고 한 번도 보험금을 청구하지 못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 금융당국이 내놓은 금융소비자가 지켜야 하는 규정이다.

지난 겨울 독감(신종플루) 유행으로 평소보다 많은 병원비를 지출해 보험금을 청구하려 했지만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많아 아직도 제출하지 못했다. 온 가족이 함께 보험대리점을 방문하고 싶어도 친권증명서를 떼어 가야 한다. 친권을 어떻게 지정하는지도 신청하는지도 모르는 것도 문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진입에 따라 자고 일어나면 다양한 SW 기술이 등장한다. 본인 인증을 위한 얼굴인식, 홍채, 지문 등 생체인증시스템도 발달하고 있으나 미성년 자녀를 보험계약자로 지정했을 경우 보험청구 절차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규정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러나 사망 보험금처럼 큰 금액도 아닌 소액 실손보험 청구에 대해 요구하는 제출서류는 완화해야 한다고 본다. 이로 인해 수많은 부모가 보험료만 제출하고 보험금을 받지 못한다면 결국 보험사만 이롭게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작년 미청구 보험금이 35만건, 916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까다로운 서류제출 요구로 청구하지 못한 보험금도 상당할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보험소비자를 위한 보험금 청구 절차 간소화 방안을 마련하는 지혜를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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