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디지털산책] 개방형 의사소통 플랫폼 필요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04/20170414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개방형 의사소통 플랫폼 필요하다")
지난 한해 과학기술계 이슈를 독점했던 '4차 산업혁명'의 영향력은 올해도 여전하다. 언론과 정치권, 공공기관과 기업의 각종 행사에 단골손님이다. 이 지면에도 거의 매 회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기술과 학문 영역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융·복합을 통해 나타나는 과학기술 혁신으로 우리의 삶과 비즈니스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인공지능, IoT 등의 주요 기술수단을 통해 사용자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는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개발돼 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1세기가 보여 준 과학기술과 민주주의 발전은 인류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좋은 방향으로 더 나은 곳을 향해 가고 있다는 근사한 믿음을…. 그러나 모든 현상에는 이면이 존재한다. 양극화, 일상의 불안과 불신들, 국제사회의 갈등과 테러 위협, 기술 발달에 따른 소외, 자동화에 따른 고용불안 등. 인공지능, 빅데이터는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다양하고 값싸게 이용할 수 있게 해줬지만 그것을 소비할 우리 주머니는 날로 궁핍해지고 있고, 편리함을 주었던 자동화는 이제 내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준다. 이러한 불안감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미리 대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산업구조 개편,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과 인력 육성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숨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세계경제포럼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기술혁신은 사람을 위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목적 그 자체로서의 '사람'이 논의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기술적 진보를 지원할 사회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을 경우 그 발전의 속도에 밀려 '소외' 계층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과학기술혁신과 뉴 노멀시대의 사회, 경제적 혁신이 현명하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 사람을 중심에 두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엘리너 오스트룸은 공동체나 제도의 견고함은 규칙을 정하는 방식에 있다고 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각자의 의견을 스스럼없이 제시하고 지속적으로 협의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것이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을 대처하는 자세여야 한다. 시장을 움직이는 힘은 시민이다. 궁극적으로 뉴 노멀시대에 4차 산업혁명은 생산성, 고용성을 높이는데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는 설득과 믿음이 중요하다.
다행히 인더스트리 4.0으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 사례를 참고해 볼 수 있다. 독일은 개방형 의사소통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 산·학·연 전문가, 산업계, 정당, 노동조합 등 다양한 그룹을 모든 논의과정에 참여시킨다. 그룹 간에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고 받고, 연구된 내용은 공개한다. 논의된 결과는 정책에 반영된다. 특히 주목할 것은, 시민이 국가정책의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의 지위로 정부 및 전문가와 대화하는 방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온·오프라인으로 공개적인 토론 방식을 통해 협의된 주제는 다양한 전문가 집단의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구체화된다. 이런 다층적 의사소통 시스템이 독일의 인터스트리 4.0을 이끌고 있다. 독일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핵심 인물인 헤닝 카거만 공학한림원 회장은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축적된 시간을 통한 '신뢰'에 기반을 두었다고 강조한바 있다.
인간은 낙관을 희망한다. 본능에 가깝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으리란 희망이 없다면 '삶'이라는 불확실성을 견디고 살기 힘들 것이다. 데이비드 도이치는 "낙관주의는 현재 시점의 긴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지식에 대한 신뢰"로 정의했다. 그 신뢰는 바로 열린 토론의 장에서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미국, 유럽의 주요 국가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한 노동시장의 변화를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연결하려는 국가적, 사회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분명 앞으로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믿음은 개방형 의사소통 플랫폼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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