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 인해 A씨는 머리뼈가 부러지고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이에 A씨는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승인을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거부했다. 술집까지는 업무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노래방과 그 이후의 상황은 A씨의 사적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러자 A씨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 부지급처분취소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1심과 2심은 A씨에게 패소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특별2부는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16두31272).
재판부는 "해당 회식은 A씨가 업무총괄이사로서 업무수행의 연장이며 회식 전 과정에 모두 거래처 직원이 동석했고 노래방 비용도 회사에서 업무비용으로 처리해줬다"고 밝혔다. 이러한 판결에 대해 법무법인 바른의 윤경 변호사는 "대법원은 A씨의 전반적인 회식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었다고 본 것"이라면서 "또한 거래처 직원의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리다 다친 것이므로 A씨가 모임의 정상적인 경로에서 일탈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근로자가 업무상 당하는 부상이나 질병 또는 사망 등의 사고를 업무상 재해라고 하고, 이러한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면 사용자는 보상할 의무를 진다. 여기서 업무상이란 보통의 근무시간 중에 사용자의 명령에 의해 행하는 업무에 한정되지 않고, 출장이나 출근 도중 등을 포함한다.
윤 변호사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첫째, 사용자의 지배 또는 관리하에 이루어지는 당해 근로자의 업무수행 및 그에 수반되는 통상의 활동과정에서 재해의 원인이 발생하여야 하고(업무 수행성), 둘째, 업무와 상병과의 사이에 상당인과 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업무기인성)"면서, "출장 중인 경우에도 사업주의 지배에 있다고 말할 수 있으므로 업무 수행성을 인정할 수 있으나, 출장에 당연히 또는 통상 수반되는 범위 내의 행위가 아닌 자의적 행위이거나 사적 행위인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업무상 재해의 기준이 되는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해서 인정될 수 있다. 더욱이 사용자의 보상책임은 사용자에게 과실이 없어도 책임을 지는 '무과실책임주의'를 원칙으로 한다.
윤 변호사는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있는 이상 기존질병이나 음주 등이 복합적인 원인이 되어 질병에 이르거나 사망하였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사망원인이 과중한 업무수행으로 말미암은 과로에 있었다면 그 발병 및 사망장소가 사업장 밖이었고 업무수행 중에 발병, 사망한 것이 아니라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회사에서 근무하다 다치거나 병이 생긴다고 무조건 회사에서 산재처리를 해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위 사례처럼 회사 회식 과정에서 재해가 발생된 경우에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업무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근로자가 근로 계약상 업무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행사나 모임에 참여하다가 재해를 당했을 때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으려면 사회통념상 그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아야 한다.
윤경 변호사는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 범위 내에 있는 통근 중 사고 또는 사업장 밖에서의 출장 중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회사 또는 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경우에는 일단 전문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업무상 재해 해당 여부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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