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염기 하나만 바꾸는 유전체 교정기술인 '크리스퍼 염기교정 유전자가위'가 3세대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 비해 정확도가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유전자 치료제나 농축산물의 품종개량 등을 위한 새로운 유전자 교정기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단장 김진수)과 김대식 서울대 박사 연구팀은 유전가가위를 처리하기 전과 후를 비교하는 방법으로 염기교정 유전자가위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보다 정확성이 높다는 것을 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유전자가위는 인간과 동식물 세포의 특정 염기서열을 찾아내 해당 부위의 DNA를 잘라 유전체를 교정하는 효소다. 1세대는 '징크 핑거 뉴클레이즈', 2세대인 '탈렌', 3세대인 '크리스퍼'로 나뉜다.
지난해 학계에 보고된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는 DNA 두 가닥 모두를 자르는 기존 3세대 유전자가위와 달리 단일 염기 하나만 바꿀 수 있는 유전체 교정법으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변형해 아데닌(A), 티민(T), 시토신(T), 구아닌(G)으로 된 DNA 염기서열에서 시토신을 티민으로 염기 한 개만 변형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는 단일 염기를 교체할 수 있어 선천적 유전질환의 발병 기전을 밝히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가 표적 위치에서 정확하게 작동하는지, 비표적 위치에서 오작동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아 유전자 교정기법으로 널리 활용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절단 유전체 시퀀싱 기법을 이용해 염기교정 유전자가위의 정확성을 유전체 전체 수준에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 결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평균적으로 인간 유전체 32억개 중 90곳을 자르는 반면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는 평균 18곳에만 변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염기교정 유전자가위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 비해 비표적 위치에서 오작동할 확률이 현저히 낮아 정확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염기교정 유전자가위의 교정할 DNA를 찾아가는 '가드 RNA'의 끝부분에 구아닌(G) 염기를 추가해 길이를 조절하면 표적위치에서 잘 작동하고 오작동 확률을 줄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 연구결과는 생명공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11일자)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김진수 단장은 "염기교정 유전자가위의 정확성이 입증된 만큼 향후 이를 활용해 단일 염기 변이를 유도하거나 교정해야 하는 유전자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고부가가치 농축산물 품종 개량 등에 널리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단장 연구팀은 지난 2월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를 처음으로 동물(생쥐)에 적용해 특정 유전자 염기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